꺼진 불도 다시 보자…'온고지신'에서 길 찾는 식품업계

김아영씨(34)는 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옛날로 돌아간 듯한 디자인의 도시락 라면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구매했다. 초등학교 때 공원에 자전거를 타러갔다가 들렀던 간이매점의 도시락 라면이 생각나서다. 김씨는 "오랜만에 먹었는데 어릴 때 추억이 떠올라 더 맛있게 느껴졌다"며 "요새 라면들과 달리 담백해 오히려 새로웠다"고 말했다.

식품업계가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배우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통해 불황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과거 인기를 누렸던 제품들을 보강해 내놓은 신제품은 이미 제품력을 검증받은데다, 보다 많은 세대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팔도는 올초 '도시락' 용기면 포장을 1988년 복고버전으로 바꾼 '스페셜 한정판'을 선보인후 매출이 올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특별했던 1988 추억의 그맛으로 돌아왔다'는 문구가 쓰인 한정판이 일찌감치 매진되자, 팔도는 이 디자인을 지난 8월 새로 선보인 '김치도시락' 등 전체 '도시락'에 적용했다.


그 결과 '도시락'은 올 들어 8월까지 7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신장된 수치다. 팔도 관계자는 "'도시락'은 국내 최초의 사각용기 제품으로 휴대가 간편해 책가방속에 넣어 다니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청소년층은 물론, 옛날 학교 매점에서 먹었던 기억으로 중년층에게도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 (390,000원 ▼9,500 -2.38%) 역시 수년전 제품에 재주목하고 있다. '부대찌개면'과 '농심사리면' 등 과거 단종됐던 제품을 리뉴얼해 재출시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 두 제품 모두 국내에서는 지난 2011년 단종됐다. 그러나 꾸준히 제품 재출시 문의가 이어질 정도로 매니아층이 있는데다, 재출시하면서 면발 등을 더욱 보강해 빠르게 인기를 되찾고 있다.

농심에 따르면 부대찌개면은 지난 8월 출시 후 한달 만에 매출 50억원(출고가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라면 중 매출 상위 10위권에 드는 수준으로, 지난 8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적을 올려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오리온 (14,370원 ▲220 +1.55%)이 '바나나맛 초코파이'에 이어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며 선보인 '포카칩 구운김맛' 역시 지난 2003년 출시했던 '포카칩 알싸한 김맛'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최고의 풍미를 유지하면서 제품에 골고루 뿌려질 수 있는 최적의 김 입자 크기를 찾아내는 등 기술 개발을 통해 과거보다 제품 품질을 높였다. 이 스낵 역시 지난 7월 출시 후 6주만에 2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이밖에 올해 롯데제과 (27,000원 ▼50 -0.18%)와 세븐일레븐의 히트 PB(자체브랜드)제품, 요구르트젤리 역시 추억의 간식 아이템인 '요구르트'의 맛과 모양을 그대로 닮은 것이 인기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제품들은 제품력이 입증된데다 소비자들이 친숙함을 느껴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복고 트렌드 속 유소년층, 청장년층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것도 강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