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0억원대 비리' 신동빈 구속영장, 檢 "최대규모"(종합2보)

수 천억 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검찰이 고민 끝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영권 향배 등 수사 외적인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신 회장의 범죄혐의가 중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신 회장에 대해 1750억원대 기업비리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신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이후 6일동안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당시 검찰은 "재계 서열 5위 그룹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있기 때문에 조속히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우리나라 5위의 대기업 총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 롯데 측에서 주장하는 경영권 향배 등을 검토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안의 중대성에 따른 형평성 문제, 사건처리 기준 준수 문제 등을 검토한 결과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대기업 오너 일가가 사적인 이익을 위해 130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국내 최대규모"라며 오리온, 동국제강, CJ, 한화그룹 등 최근 같은 혐의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기업 오너들과의 형평성을 강조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62) 등 오너그룹 일가에게 급여 등의 명목으로 회삿돈 500억원을 부당하게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이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신 전 부회장에게 이같은 돈을 지급했다고 보고있다.

검찰은 10년간 신 회장 등 오너 일가가 급여 형태로 받아간 돈이 6100억원에 달하지만 업무수행의 대가로 볼 수 있는 부분과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횡령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신 회장에게는 롯데시네마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에 770억원대 피해를 끼친 혐의, 유상증자를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인한 470억원대 배임 혐의 등도 포함됐다.

신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경영상의 판단이었다"며 고의성을 부인한 만큼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같은 취지로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롯데건설 비자금 의혹 등 추가 의혹에 대해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신 회장을 기소하는 시점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과 신 전 부회장, 서미경씨(57)도 함께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영장 청구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