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동결 예상했나…한발 빨랐던 스마트 머니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12월 인상'을 예상한 스마트 머니의 발빠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올들어 자금이 꾸준히 들어왔던 채권형 펀드에서는 돈이 상당액 이미 빠졌고 일부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형 펀드에서는 지난 13일부터 22일까지 5거래일 연속 환매가 이어지며 1조947억원이 순유출, 이달들어 총 4227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중국증시 변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테러,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의 글로벌 변수와 국내 기준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매달 2조~4조원대 규모의 자금이 들어오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예정된 지표들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김영란법 시행 등 심리 위축 요인은 충분하다"면서도 "다만 미국 인상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무릅 쓰고 연내 인하를 단행할 만큼 경기 급락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이후 안도감으로 금리는 하락반전 했지만 현재 수준은 인하 기대가 반영되지 않고서는 더 하락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다음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연내 인하 기대가 낮아졌음을 확인한 후에야 저가매수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단기 대기성 자금 성격인 머니마켓펀드(MMF)로 흘러들어왔다. 같은 기간인 최근 5거래일동안 MMF로는 6조1479억원이 유입돼 설정액은 다시 120조원을 넘어섰다.

주식형 펀드에서는 환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금 유출강도는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난 19일 33거래일만에 자금 순유입이 이뤄진 이후 순유출 규모가 100억원 내외로 감소했다. 다만 위험자산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치, 배당주 펀드로 자금 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새 가장 자금이 많이 들어온 펀드는 신영밸류고배당(174억원),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98억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위험자산 회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15~21일까지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3주 연속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고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12주만에 순유출이 발생했다. 채권형 펀드에서는 자금유입이 이뤄졌으나 기존에 비해 순유입 강도는 다소 약해졌다.

서비룡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신흥국 주식에 부담으로 작용해 중국 등을 중심으로 매도가 진행됐다"며 "최근 신흥국 포트폴리오 자금유입과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신흥국 자본유출입 변동성 증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자금 흐름이 완전히 방향을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이슈로 잠시 빠졌던 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도 커보인다"며 "주식 시장에서는 금리인상을 오히려 경기회복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