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에 바뀌는 '선물 문화'…"격식 버리고 실속·의미 찾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문모씨는 지난 추석 명절에 처음으로 한우, 과일이 아닌 선물을 지인들에게 전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전이었고, 이 법과 관련 없는 지인이 많았지만 비싼 선물을 주고받는데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여서 중저가 선물을 골랐다.

문씨는 시중에 다양하게 출시된 5만원 미만의 선물을 손쉽게 구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e쿠폰을 구매해 회사 젊은 직원들에게도 선물했다. 문씨는 "사업상 선물할 일이 많은데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을 고르는데 더욱 신중해야 할 것 같다"면서 "격식과 체면을 따지기보다는 고마운 마음을 잘 전할 수 있는 선물을 고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으로 선물 문화가 바뀌고 있다. 법 적용 대상이 400만 명을 넘고, 사회적 관심 사안인 만큼 대중들의 인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선물 가격이 5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우선하지만 작지만 의미 있는 선물을 찾는데도 관심이 높아졌다.

유통업계도 지난 추석 '예행연습' 때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확인했다. 추석을 전후해 대형마트의 한우 선물세트 판매액은 19% 급감했다. 대표적인 고가 선물인 만큼 김영란법 여파에 수요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가에 실속이 높은 건강용품·식품, 가공식품, 생필품 등은 두자릿수 이상 매출이 신장했다. 변화를 예상했던 업체들이 중저가 상품을 대폭 늘린 덕분에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백화점 4~8%, 대형마트 1~2% 증가했다.


5만원 이하의 선물상품 비중이 60~80%에 달하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김영란법 시행이 호재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선물 수요가 많은 명절은 물론 평상시에도 중저가 선물용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여 소비 위축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 자료사진

주로 고가 상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은 직격타를 맞았다. 그러나 롯데백화점이 추석에 5만원 이하 선물세트 상품을 절반 비중으로 준비하는 등 격식 대신 실속을 챙기는 변화에 적극 대응했다.

이런 가운데 '스몰 기프트'(small gift·작은 선물) 문화가 김영란법에 대한 대응책이자 성장 방안으로 꼽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저성장과 인구구조 변화, 사회 분위기 변화로 김영란법 시행 이전부터 선물 소비문화를 바꾸려고 애써왔다"며 "가격을 떠나 선물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가 돼야 업계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갤러리아백화점의 지난 추석 기간 스몰 기프트 매출이 47% 신장했고, 드럭스토어 올리브영도 이달 초 정기세일에서 스몰 기프트인 화장품 기획세트와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각각 3배, 2배 급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직접 만나 선물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큰 만큼 온라인 쇼핑몰의 e쿠폰이나 기프티콘 등 참신한 온라인 선물 상품이 각광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