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영장기각에 흔들리는 檢수사…추가 의혹 입증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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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1750억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새벽 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9.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법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4개월 가까이 진행된 검찰의 롯데그룹 전방위 사정(司正) 작업이 흔들리게 됐다.

검찰은 신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계열사 비자금 의혹 등 영장에 포함시키지 않은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3시50분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가 영장 청구 기각 사유로 내세운 것 중 하나는 "주요 범죄 혐의에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수사팀은 그동안 신 회장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을 바라보고 달려온 검찰의 수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신 회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면서 제기된 의혹 중 일부만 범죄 사실로 영장에 적시했다.

검찰이 신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롯데피에스넷 부당 지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56) 등 그룹 오너 일가에 일감 몰아주기,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 등 그룹 오너 일가에 급여 부당지급 등 세 가지다.

롯데쇼핑의 롯데상사 지분 헐값 매입 지시 의혹, 호텔롯데의 부여·제주호텔리조트 인수·합병 과정에서 부지 저가 매입 지시 의혹, 일본 롯데물산에 '통행세' 얹어주기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 다른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은 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롯데건설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이나 롯데홈쇼핑 9억원대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관여했다는 의혹 등 비자금 의혹 역시 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현재까지의 수사 단계에서 입증이 가능한 혐의만 영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롯데피에스넷 외 다른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이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계열사 사장단이나 정책본부 관계자의 유의미한 진술을 받아내지 못한 상태였다. 또 일본 롯데물산 통행세 의혹 등과 관련해서는 일본 롯데 측의 비협조로 관련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때문에 검찰은 신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면 이 부분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검찰이 입증을 자신한 혐의에 대해서도 법원이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신 회장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다 해도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10일 본사를 포함해 계열사 1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롯데그룹 전방위 수사의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계열사 사장들에 대한 법원의 잇단 영장 청구 기각, 그룹 2인자인 고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 등으로 여러 차례 암초를 만났다.

법원은 지난 7월 사업권 재승인과 관련해 9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에 8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는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56)에 대한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어 8월에는 정부를 상대로 270억원대 소송사기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65)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또한 기각했다.

또 같은달 8월 그룹 비리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다고 평가받는 이 부회장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면서 수사는 더욱 크게 흔들렸다. 검찰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을 오랜 기간 보좌한 이 부회장을 상대로 그룹의 핵심 의혹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계획이었다.

검찰은 당시 "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있다"며 이 부회장 진술 없이도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사실상 신 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가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일부 대기업 회장들이 법원에서 실형 등을 선고받은 사례가 간혹 있어 수사결과를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조석래 효성 회장(81)의 경우 법원의 한 차례 영장 기각 결정을 받아 구속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지만 1심 재판부는 2년에 걸친 재판 끝에 지난 1월 조 회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원이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을 하지 않으면서 조 회장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이석채 전 KT 회장(71) 역시 법원으로부터 한 차례 영장 기각 결정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지난 5월 이 전 회장 혐의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집행유예를 선고해 구치소행(行)은 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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