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신설되나…국회 'GoGo' 정부 '苦苦'

정치권을 중심으로 아동수당 신설 논의가 한창이다. 야당은 구체적인 정책모델과 재원조달 방식까지 제시했다. 새누리당 역시 아동수당 도입에 우호적이다. 아동수당이 내년 대선의 대표적인 공약으로 부상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문제는 재원이다. 아동수당은 2006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검토됐지만 재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10년 동안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아동수당에 정부가 '부정적인 유보적' 입장을 내놓고 있는 이유다.


정부는 과거에도 아동수당 도입을 검토했지만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

30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만 12세까지 매월 최대 3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아동수당 방안을 발표했다. 만 2세 10만원, 만 3~5세 20만원, 만 6~12세 30만원 등의 아동수당을 바우처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국민의당도 지난달 31일 의원 워크숍에서 아동수당을 거론했다. 현재의 보육료와 가정양육수당 체계를 유지하면서 만 6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아동수당 지급을 검토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아동수당은 2006년 정부의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담겼던 내용이다. 당시 정부는 "전세계 90여개 국가에서 아동수당 제도를 시행 중"이라며 "부모의 부담이 큰 영야기 자녀양육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이 확대되면서 현재의 보육지원 체계는 어린이집 지원과 가정양육수당으로 자리잡게 됐다. 가정양육수당은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미취학 아동에게 연령에 따라 월 10만~2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야당에서 제안하는 아동수당은 여기에 추가적인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현 보육 지원체계를 유지하면서 지원 연령을 만 12세까지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제도 도입 이후 가정양육수당은 중장기적으로 아동수당과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보육정책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정진엽 장관은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있고 기존 양육지원 체계와의 관계도 있어 어려운 문제"라며 "많은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신중론의 배경은 재원이다. 민주당이 내놓은 아동수당 재원 소요는 약 15조원이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선 목적세인 이른바 '아동수당세' 신설이 거론된다.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상속세, 법인세 등에서 일정비율만큼 아동수당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목적세 신설에 회의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목적세 신설은 가급적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세제당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반회계에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더 쉽지 않다. 가정양육수당만 하더라도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인상이 추진됐지만 매번 좌절됐다. 내년도 가정양육수당 예산은 1조2241억8400만원으로 올해보다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만큼 정부 차원에서는 보육예산 확충에 부담을 느낀다. 현재 정부의 전체 보육예산 규모는 약 12조5000억원이다. 전체 보육예산보다 많은 아동수당 신설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무상보육과 가정양육수당 도입 때마다 아동수당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수요와 관련 없는 소득보전형 지원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아동수당을 신설할 경우 기존 보육지원 체계 전반을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