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금지법' 논란 왜?…'의료진 처벌 강화' 두고 갈등

정부가 불법 낙태 시술을 한 의료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사회적인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 현행법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2일 의료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기준을 담은 '의료법 관계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개했다.


비도덕적 진료행위에는 무허가 주사제 사용, 대리 수술, 오염·사용기간이 만료된 의약품 사용, 진료 목적 외 마약·향정신성 의약품 처방·투약, 진료 중 성범죄, 불법 임신중절수술 등이 포함됐다. 논란이 된 부분은 모자보건법을 제14조 제1항을 위반해 임신중절수술을 한 경우다.

현행법상 낙태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모자보건법상 합법적인 낙태 시술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으로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한 경우△임신이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으로 제한된다. 이마저도 임신 24주 이내에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시술이 가능하다.

이를 위반하고 불법 낙태를 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불법 임신 중절 수술을 한 의료인에 대해선 1개월 이내 자격정지 처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새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 기간이 현행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상향 조정된다.


의료계는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합법적인 낙태를 포함한 관련 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임신한 미성년자, 증명이 어려운 강간 피해자 등 법과 현실 사이에 큰 괴리감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를 두고 여성단체들은 여성을 볼모로 삼은 무책임한 행태라며 양측 모두를 비판하고 있다. 당사자인 '여성의 권리'는 사라지고 법과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의 건강과 출산 결정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의료인에 대한 처벌 강화'를 두고 벌어지는 찬반 논란을 떠나 낙태를 불법 행위로 규정한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공식 성명을 통해 "임신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임신에 있어 여성의 선택권과 접근권, 통제권은 철저히 박탈당했다"며 "여성의 몸은 종교인의 몸도 의료인의 몸도 행정가의 몸, 정치가의 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