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러 서점 가요"…동네책방의 무한변신

최근 독립서점은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사진제공=북티크 공식 페이스북

'독서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변화무쌍한 문화계가 그렇듯 최근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의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독립서점들의 상승세가 무섭다. 이들은 동네서점 특유의 친근함을 무기로 고객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형서점가에 밀린 독립서점들이 제 살길에 나선 것이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주인들은 서점보다 '책방'이라는 말을 선호한다. 2016년 가을, 현대와 아날로그 감성을 넘나드는 책방의 매력이 독자들을 독립서점가로 이끌고 있다.


◇ 혼술·혼밥에 이은 '혼책남녀' 유행
"술기운이 도니까 슬픈 건 더 슬프게, 웃긴 건 더 웃기게 느껴졌다" 최근 2030 젊은이들 사이에서 '책맥(책+맥주)' 열풍이 불고 있다.

‘혼밥남녀’ ‘혼술남녀’ 같은 신조어가 보여 주듯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혼자 즐기는 삶'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각자도생의 삶을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이 흐름을 읽는 책방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책맥'이 젊은층 사이에서 화제다./사진제공=북바이북

염리동 소금길에 위치한 '퇴근길 책 한 잔'은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하는 심야서점이다. 간판이 말해주듯 주 고객층은 직장인들이다. 퇴근 후 술과 함께 책 한권 읽고 싶은 직장인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이 서점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최씨(27)는 요즘 책맥의 매력에 푹 빠졌다. "퇴근 후 혼술을 즐겨하는데 좋아하는 책까지 함께 읽을 수 있어 좋다"며 "술집에서 책 읽기는 부담스러운데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맥주 한잔 곁들며 책 읽기에는 이곳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북바이북’은 국내 최초의 ‘술파는’ 서점이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책맥'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미 2호점까지 낼 정도로 20~30대 혼책남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 작가 홀릭 중'이나 '경제, 잘 몰라도 상관없어' 등과 같이 대형서점에서 볼 수 없는 주인장의 독특하고 주관적인 취향은 기성 서점에 지친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 "추억을 선물합니다" 아날로그 헌책방

신촌 공씨책방 내부에는 수많은 책들이 쌓여있다./사진=뉴스1

최근 헌책방도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거듭나고 있다. 헌책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이 바쁜 일상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은 단순히 책 구입이 아닌 옛 향수를 느끼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국내 1세대 헌책방으로 꼽히는 ‘공씨책방’은 무려 44년 동안 신촌의 명물로 자리해 있다. 공씨책방 서고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서적은 물론 1890년대 저서까지 수많은 동서양 고서들이 있다. 주인조차 전체 책권수를 알지 못할 정도로 미처 다 끌러놓지 못한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책방 주인 장화민씨(60)는 한 인터뷰에서 "책을 펴면 몰랐던 걸 알게 되잖아요. 특히 헌책은 남달라요. 헌책은 내가 거두지 않으면 폐지로 사라지잖아요. 누군가에게 언젠가는 필요할 수 있는 책인데 말이죠. 어떨 때는 생명을 살린다는 생각도 들어요"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오서점은 가수 아이유의 '꽃갈피' 재킷 표지에 등장해 또 한 번 유명세를 탔다./사진=로엔트리 제공

경복궁에 위치한 '대오서점'은 1951년 문을 열어 65년째 운영 중인 한옥책방이다. 서점 내부는 족히 30년은 돼보이는 책장·오르간·장롱·TV 등이 자리잡고 있어 마치 1970년대로 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대오서점'을 찾은 30대 직장인 A씨는 "도심 안에 이렇게 오래된 서점이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면서 "어린시절 동네서점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곳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오서점은 유서 깊은 역사를 높이 평가받아 2014년 서울시가 선정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현재 더 이상 중고서적은 판매하지 않지만 작은 카페로 변신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