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취지 맞지 않게 집행"..생보사 사회공헌기금 투명해질까

최근 각종 비영리재단의 불투명한 운영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수천억원에 달하는 생명보험 재단의 기금 운영이 투명하게 바뀔지 주목된다. 생명보험 기금은 그동안 '주먹구구', '쌈짓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올해초에는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기금이 사업취지에 맞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며 시정 요구도 받았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사회공헌기금과 지정법인 출연금을 한 데 모아 독립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생보사들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출연한 사회공헌기금은 968억원, 지정법인 출연금은 870억원에 달한다.


생보사들은 2007년부터 2026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의 출연금을 내야 한다. 2007년 삼성생명, 한화생명, 동양생명이 상장하면서 상장차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대신 매년 일정 금액의 출연금을 내기로 약속한 것. 상장사는 순이익의 1.5%, 비상장사는 0.25%를 매년 출연한다.

출연금 운영 방식은 3가지. △외부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비영리 독립법인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누적 출연금 1084억원)은 비교적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생명보험협회 안에 둔 사회공헌기금과 △각 생보사들이 지정법인으로 인정받아 개별적인 사회공헌 사업을 하면서 가져다 쓰는 자금은 '쌈짓돈'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생보협회 안에 둔 기금은 협회 직원이 직접 운영해 공정한 집행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올해 초 금감원 검사에서 불투명한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기금 출연금 중 일부가 접대성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 제기도 있으나 이와 관련 생보협회 관계자는 "접대성 자금으로 유용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장학지원 사업도 문제다. 1인당 4년간 2억8000만원 한도로 지원되는데 장학생 선발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 해외 박사과정 장학생은 생명보험 관련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해야 하는데 실제론 다른 분야 논문을 준비하거나 보험과 관계 없는 경제학 전공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금감원 지적을 받았다. 이와 관련 생보협회 관계자는 "소비자학과 관련 전공자에 장학금을 지원했으나 이는 보험업과도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누적 출연금이 870억원에 달하는 지정법인 출연금도 논란이 없잖다. 각 생보사가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그 재원을 출연금에서 빼가는 형식이라 "생보사들이 자사 사회공헌 활동으로 생색을 내고 비용은 기금에서 충당하는 게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생보사들은 출연금을 내면 세법상 기부금으로 인정받아 세금혜택을 누린다. 생보협회나 생보사들이 출연금 취지에 맞지 않는 활동을 하고도 세금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법률적인 분쟁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기금과 지정법인 출연금을 독립법인으로 전환해 '교육사업'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대형 생보사들이 처음에는 반대를 했다는 후문이다. 생보협회는 올해 초 기금 사업 전반에 대한 사업재편을 목적으로 외부 용역을 실시, 내년에 독립법인 전환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만간 19개 생보사 동의를 받아 사회공헌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불투명한 회계로 일부 논란이 된 건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더이상 '이득'을 취하기 힘든 생보사들이 법인화하는데 동의한 게 아니겠냐"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