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안주 어렵나요?

'고르곤졸라 무화과 빵'과 '2014 도멘 드라 자나스, 꼬뜨 뒤 론'/사진=임성균 기자

보르도 유학 시절 4월 초에 메를로의 싹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쌩떼밀리옹으로 외출한 적이 있었다.

쌩떼밀리옹은 보르도시에서 차로 약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포도밭에서 메를로 싹이 난 것을 보고 나서 근처 비스트로에서 식사를 하면서 우연히 옆 테이블 손님의 고급스런 와인을 받아 마시게 됐다. 프랑스에서 식당은 비스트로, 브라세리, 레스토랑 순서로 고급 이미지를 갖는다.


그런데 식사와 와인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보르도로 이주하기 전에 로이앙(Royan)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홈스테이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집 부인이 전통적인 프랑스 요리를 만들어 주었다.

식사 중에 가볍게 마셨던 저가의 대중적인 와인이 기억에 남는다. 음식에 따라서 고급 와인이 어떤 경우에는 테이블 와인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는 걸 경험했다.


음식은 와인의 맛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와인을 마실 때 ‘뭐 먹지?’ 하는 고민이 많다.

와인 소비의 증가와 함께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그럴 때 마다 와인 안주를 고민한다. 뭔가 특별한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선입관이 있다.

와인을 특별한 술이라고 취급하기 때문이다. 마리아주는 물론 중요하다. 와인의 풍미를 풍요롭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항상 거창한 음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찾아보면 주위의 아주 간단한 음식도 와인과 잘 어울린다. 중요한 것은 균형과 음식과의 궁합일 것이다. 집에서 고기나 치즈에서 벗어나 새로운 와인 안주를 즐겨보자.

요즘은 한집 건너에 빵집이 있고,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동네 빵집이 많다. 빵은 간식을 넘어서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다양한 치즈와 올리브, 하몽 등 와인 안주로 즐기던 식재료를 반죽에 넣어서 구운 세이보리 빵은 와인과 참 잘 어울린다.

고르곤졸라 무화과 빵/사진=임성균 기자

Pain de Campagne au levain au fromage gorgonzola et figs 고르곤졸라 무화과 빵

천연 발효로 만든 빵으로 고르곤 졸라 치즈와 무화과 컴비네이션이다. 고르곤졸라 치즈는 짭짤하면서 특유의 치즈 풍미가 매력적인데, 여기에 건무화과를 곁들여 짠맛을 잡아주고 내추럴 단맛을 증가시켜 밸런스를 이루게 한다.

24시간 천연발효 반죽의 절제된 산미는 와인의 감칠맛을 증가시켜준다. 탄닌과 산미가 밸런스를 이루며 농익은 과일향이 풍부한 레드 와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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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aine de la Janasse, Cotes du Rhone 2014 도멘 드라 자나스, 꼬뜨 뒤 론
2000년대에 들어와 프랑스 론 지역에서 가장 유명해진 와이너리로 모든 빈야드가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재배되고 자연 효모로만 발효되는 높은 퀄리티의 친환경 와인을 만든다.

부드러운 탄닌과 잘 익은 과일 향이 다양하게 느껴진다. 톡톡 튀지 않은 질감으로 목넘김이 부드럽고 마지막에 허브향이 살짝 치고 올라와 기분 좋게 만드는 레드 와인이다. 5만원 이하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와인으로도 평가된다.

'2014 도멘 드라 자나스, 꼬뜨 뒤 론'/사진=임성균 기자

자칫 선입견으로 와인 맛을 단정해 버리는 경우가 있고, 요리와 음식 궁합에 대한 선입견도 있는데 이런 선입견 이야말로 와인 소비를 위축하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미각상의 정의에서 ‘맛있다’라는 말은 미인, 미남이란 것과 마찬가지로 시대나 환경에 따라 크게 변화하는 것이며 매우 개인적이고 상대적인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