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사장 "반도체 미세화, 1.5나노까지 가능"

"반도체 미세화 공정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론적으로 1.5나노미터(nm)까지는 구현 가능하다. 실제 기술적으로도 3~5나노까지도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장(사진)은 지난 20일 모교인 서울대학교를 찾아 전기정보공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2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된 강연에 집중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10나노 공정 기반 시스템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서 세계 최초로 14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한데 이어 1년 여 만에 다시 한 번 초미세공정 기술 리더십을 확인한 것.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된다는 것은 회로폭, 즉 전자의 이동거리를 짧게 해 반도체 성능을 높이고 소비전력은 줄이며 집적도 향상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김 사장은 "5~6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10나노 이하의 공정 양산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들이 있었지만 이미 현실화가 됐다"며 "2009년 삼성전자는 연구개발 차원에서 게이트 폭이 3.8나노에 불과한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실제 무리없이 작동하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와 회로를 그려 넣는 패터닝을 네 번 연속하는 QPT(쿼드러플패터닝기술)를 활용해 미세화 공정 한계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사장은 이날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리더십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까지 D램 부문은 25년 연속, 낸드 부문은 15년,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는 11년, DDI(디스플레이구동칩)는 15년째 1위를 기록중이다.

△기술 중심의 문화 △과감한 혁신 기술 연구 △꾸준한 인력 육성 △지속적인 적기 투자가 삼성 반도체의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반도체 산업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김 사장은 "5년 내 연결된 기기의 수는 현재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이에 따라 처리 데이터량도 폭증할 것"이라며 "2020년까지 낸드 웨이퍼의 양만 600만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반도체 산업에 굉장한 기회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반도체 산업 인재 확보에 대한 중요성도 빼놓치 않았다. 그는 "양질의 인력 배출은 결국 정부와 학계 몫인데 정부로부터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예산 지원은 꾸준히 축소되고 있다"며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열띤 질의응답 시간도 이어졌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센서 분야에서는 시장진입이 어려워 보인다' '뉴로모픽 반도체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최근 인텔이 3D크로스포인트 기술을 선보였는데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등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편 김 사장은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 등에서 전자공학 학석사를 마치고 UCLA 대학원에서 같은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2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반도체연구소 D램팀 팀장,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연구소 소장, 삼성종합기술원장 등을 지냈다. 임원 승진 당시 최연소이사, 최연소사장 타이틀을 달아 주목받았다.

지난 8월에는 낸드플래시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며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발전시킨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플래시메모리서밋(Flash Memory Summit) 2016'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