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교육청 '누리예산 떠넘기기' 내년에도 이어질듯

2017년 시도교육청별 보통교부금 등 지원액 합계/사진제공=교육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놓고 내년에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떠넘기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경기도를 포함한 일부 교육청들은 어린이집에 대한 보육예산은 지원할 수 없다며 국고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양측의 대립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 21일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경기도와 전북교육청에 교부금을 감액키로 하면서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감액분은 5356억원. 올해 경기도교육청이 미편성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과 동일하다. '안 낸만큼 주지 않겠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이에 경기도교육청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분을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하지 않겠다며 맞대응했다. 경기도교육청은 12조3476억원(교육부 보통교부금 예정교부+지방채 발행 승인+특별회계 지원금 9조624억원·지방자치단체 이전수입 2조3804억원) 규모의 '2017년 본예산안' 편성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은 교육예산이 아닌 보육예산인만큼 정부가 별도로 줘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올해 초에도 본예산에 누리과정 비용을 전액 편성한 교육청은 한 곳도 없었고, 추경을 통해서 다들 어렵게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즉, 예산이 남아돌아 보육예산을 편성한게 아니라 어려운 재정여건속에서 힘겹게 편성했다는 것.

특히 교부금 일부를 누리과정 예산으로 지정하는 '지방교육지원특별회계' 법안 통과로 어린이집 예산 편성이 의무화하면 이번에 감액된 교부금까지 반영해 계산했을때 내년도 예산에서 7000억원 정도 결손이 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감액된 교부금에 인건비 자연상승분 등을 고려하면 초긴축 재정을 한다고 해도 7000억원 정도 결손이 난다"면서 "이는 교육청 공무원 인건비 1.2개월분을 못 줄 정도로 심각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린이집의 어려움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위해 써야할 비용을 보육예산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어린이집 원장과 학부모 등 교육현장에서는 교육청이 불안감을 조장한다며 강력 비판했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3월부터 어린이집 교사 월급 등을 신용카드사 카드비 대납으로 버텨오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예산 부분이야 어려운 점이 납득이 되지만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 수장이 '내년 예산 마련 못한다'며 선전포고하듯이 나오면 교육현장에서는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다"면서 "국민 입장에서는 내년에 또 지원 못해준다고 하면 결국 학부모 부담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 박모씨는 "돈 없다고 교사들을 달래는데도 한계가 있다"며 "이런 상황이 내년에도 계속된다고 하니 암담하다. 어린이집 운영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씩 든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