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하는 삼성·사는 SK..대기업 전략따라 IB업계 뛴다

실물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 SK, 두산 등을 중심으로 굵직한 M&A(인수합병) 거래나 IPO(기업공개)가 이뤄지며 그룹별로 기업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IB(투자은행) 업계에서도 이같은 기업재편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활용하는 행보가 나타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생활가전기업 동양매직 인수에 성공한 SK그룹은 최근 대성산업가스 인수 주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대성산업가스는 국내 주요 산업용 가스 전문기업으로 최대주주는 글로벌 IB(투자은행) 골드만삭스다. 2대주주인 대성합동지주와 함께 지분 100% 매각을 추진중이다. SK는 산업용 가스 주요 수요처라 할 수 있는 SK하이닉스, 산업용 가스 회사인 SK머티리얼즈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 대성산업가스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올해 들어 외부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있다. SK네트웍스는 이달 생활가전업체 동양매직을 6100억원에 인수했다. 현대홈쇼핑, AJ네트웍스 등 경쟁자보다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며 매각측 관계자의 '만장일치'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SK텔레콤은 올해 국내 케이블TV 1위기업인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로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지만 SK의 사업 확장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또 SK네트웍스는 최근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권 신청에도 나서는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SK는 미래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산업을 꼽고 국내외에서 관련 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의 지휘 아래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반면 두산은 그룹의 유동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주요 사업 매각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일부 사업의 경우 기대한 가격보다 적은 금액에도 매각 절차를 밀고나가는 행보가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두산은 올해 들어서만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사업부를 1조1300억원, 두산DST를 6950억원에 매각했다. 이뿐 아니라 보유중인 KAI 지분을 3046억원에 매각했고, 최근에는 두산밥캣 IPO(기업공개)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작기계사업부는 한 차례 거래가 틀어지며 기대보다 낮은 금액에 MBK파트너스에 매각했고, 두산밥캣 IPO 역시 수요예측 실패로 공모가를 낮춰 재도전을 선택했다. 유동성 강화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의지가 강하다는 걸 방증하는 대목이다.


삼성은 미래성장동력과 주력사업에 집중하며 비주력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몇년간 이어온 구조조정 작업이 올해도 계속되는 양상이다. 올해 들어 삼성물산 패션사업과 삼성중공업, 삼성전기 등이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앞으로도 비주력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프린터사업부를 HP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은 반면 미래먹거리 사업에 대해선 활발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 산업의 경우 인천 송도에 대규모 공장(3공장) 신축공사를 추진하고 있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반도체 등 주력사업에 대한 시설투자도 꾸준히 이어가는 중이다. 또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전장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자동차부품회사 인수를 타진하는 등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선 M&A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국내 주요 그룹사의 이 같은 구조조정, M&A 전략에 대비해 사모펀드(PEF) 등 자본시장에서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 예로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대기업 구조조정 M&A를 노리는 스페셜시추에이션(SS)펀드를 설립했다. 이미 MBK파트너스가 두산 공작기계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자본시장에서도 국내 주요 그룹사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저성장 기조 속 국내 대기업들도 저마다의 대응전략을 갖고 불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라며 "이중 두산이 선제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며 유동성 강화 전략을 펼치는 점이 주목을 끌고 있고 SK와 CJ는 오히려 M&A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M&A 시장에서도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룹 총수의 스타일에 따라 그룹사별 전략이 달라지는 점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