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재단,롯데에 70억 받았다 돌려줘… 檢 수사 사전 인지?

롯데그룹이 지난 5월 최순실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 측이 검찰 내사설이 돌고,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궁지에 몰린 롯데의 처지를 악용해 막대한 돈을 받아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27일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찾아와 체육 인재 육성 등을 명분으로 돈을 요구해 계열사 5~6개 계열사 명의로 70억원을 건네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6월 롯데그룹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롯데 등에 따르면 3월 중순 K스포츠재단 관계자 2명이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 24층에서 정책본부 S사장과 대관 담당 L상무를 만나 재단 사업을 설명했다. 이들은 롯데에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을 설명하고 35억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측이 여러 차례 회동을 거쳐 최종 금액을 70억원으로 확정하고, 5월 초 롯데가 5~6개 계열사 명의로 나눠 K스포츠 재단 은행계좌로 송금했다.

이 금액은 롯데가 K스포츠재단 설립 출연금으로 사전에 제공한 17억원 과는 별개자금이다.


롯데가 이처럼 K스포츠재단에 막대한 금액을 제공한 것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되는 가운데 검찰이 비자금 관련 내사를 진행하는 등 오너 일가를 향한 압박이 강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K스포츠재단은 롯데로부터 돈을 받은지 10여 일 후인 5월 말에 70억원 전액을 돌려줬다. 재단 측은 인재 양성을 위해 경기도 하남에 설치하려던 스포츠센터 부지 매입이 무산돼 돈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롯데를 향한 검찰 수사를 사전에 인지한 K스포츠재단이 뒷탈을 우려해 돈을 돌려준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70억원을 반환하고 열흘도 지나지 않은 6월10일, 검찰이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계열사 등을 상대로 강도높은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비자금수사를 본격화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스포츠센터 건립 지연과 관련없이 재단이 돈을 갖고 있어도 될텐데 굳이 돌려준 것을 보면 K스포츠재단 측이 검찰의 롯데 수사 시기 등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