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고 1억이 올랐다" 돈을 피해 다니는 사람의 특징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지난 5월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를 팔았다. 그 아파트를 팔고 호가가 1억원이 올랐다. 1억원 더 높은 가격으로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호가는 1억원 오른 가격이다. ‘돈을 피해 다녀도 이렇게 피해 다닐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생 일해서 벌어들인 돈 외에 투자로 재미를 본 적이 없으니 ‘투자노트’란 간판으로 글을 쓰기도 낯 뜨겁다.

근로소득 외에 다른 돈이 나를 피해 다니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봤다. 돈을 피해 다니는 사람의 특징이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일단 5개월 전에 집을 왜 팔았나 돌아봤다. 첫째,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경기가 좋지 않아 부동산 가격이 지탱하지 못할 거라 봤다.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도 줄어 집을 살 수 있는 수요층 역시 축소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울 집을 지금 가격에 살 수 있는 다음 세대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평생 허리띠 졸라매고 저축해야 서울 강북에 아파트 한 채 살 수 있을까 말까인데 이건 비정상이란게 내 판단이었다.

이 얘기를 다른 기자에게 했더니 3가지 허점이 있다고 했다. 저금리라 돈값이 너무 싼데다 투자할 곳이 부동산 외에 마땅치 않다는 것, 제주도나 부산 등 지방에 비해 서울 부동산 가격이 덜 올라 있었다는 것, 부동산은 경기보다 정부 정책에 휘둘린다는 것. 이 기자의 말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떠나 투자 판단에 대한 반론을 충분히 들어보지 않았던 것은 큰 실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지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는 투자할 때 근거를 세운 뒤 이 근거에 반대되는 증거를 모은다고 한다. 수많은 반론을 견뎌낼 만큼 자신의 논리가 공고한지 시험하는 것이다. 수많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바뀌지 않을 때만 투자한다. 세상에 별 생각 없이 투자하는 사람은 없다. 나름의 논리와 근거는 다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논리와 근거가 단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 변화에 따라 자신의 투자 결정을 금세 후회하게 된다.

돈을 피해 다니는 사람의 첫째 특징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충분한 시장 조사와 정보 수집, 끈질긴 반문 속에 논리를 다지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부분적인 정보와 지식으로 섣부른 판단을 내린다.

집을 판 둘째 이유는 정서적인 문제다. 가정적으로 좋지 않은 일 때문에 살던 집을 전세 주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 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전 동네에서 받은 상처가 커 다신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살 집도 아닌데 부채를 떠안고 갖고 있을 필요가 있나 싶어 팔았다. 이게 돈을 피해 다니는 사람의 두번째 특징이다. 투자에 감정을 개입시키는 것이다. 돈에는 감정이 없다. 그런 돈을 다룰 때는 감정을 배제하고 돈만 생각해야 한다. 감정이 섞이면 반드시 후회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셋째, 전세 집을 관리하는게 귀찮았다. 전세 사는 사람이 어디 고장 났다고 연락 오면 처리해 주는게 은근히 신경 쓰였다. 재산이 있으면 그에 따라 신경 써야 할 일도 늘어난다. 돈을 피해 다니는 사람은 돈에 따르는 소소한 일을 귀찮아 한다. 넷째, 빚이 싫었다. 아무리 저금리라고 해도 억 단위로 갚아야 할 돈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언제 갚나 갑갑한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벌려면 적당히 빚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하고 빚이 주는 부담감을 견뎌내야 하는데 돈을 피해 다니는 사람은 빚을 두려워 하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럼 지금 집을 판 것을 크게 후회하는가 하는 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지는 않다. 집을 판 뒤 1억원이 올랐다는 말을 하자 나 같은 무주택 월급쟁이가 “1억원 오른 딱 그 가격에 집을 팔 수 있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며 “나는 5년, 10년 후엔 집값이 지금보다 낮아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느니 하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돈을 피해 다니는 사람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다섯번째 특징은 시장 변화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가 솔깃해 이전의 투자 결정을 뒤집어 꼭 막차를 탄다는 것이다. 아무리 투자 결정이 올바르다 해도 시장의 타이밍까지 맞추긴 어렵다. 버블이다 판단하고 매각했는데 버블이 2~3년을 더 갈 수도 있고 바닥이라 생각해 매수했는데 지하실이 있을 수도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투자 결정을 내렸을 때 삼았던 근거가 올바르다고 판단된다면 흔들리지 말고 인내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에 휩쓸리면 늘 쌀 때 너무 일찍 팔았다가 비쌀 때 너무 늦게 사서 손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