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4월'- 추미애 ‘1월’…퇴진 시점에 담긴 속내는(상보)

탄핵 논의와 별개로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자진 퇴진의 시점에 대한 정치권 논의가 시작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새누리당 비주류인 김무성 전 대표가 1일 아침 전격 회동을 갖고 각각 퇴진 시점을 각각 ‘1월말’과 ‘4월말’로 제시했다. 3개월 차이로 보기에 따라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여기에는 각 당이 처한 사정과 차기 대선에 대한 전략적 고려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추 “1월말 퇴진 가능” 주장...“헌재 결정 빨리 나올 것” = 추 대표의 ‘1월말 사퇴 가능’ 주장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정이 1월말이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 탄핵 심판 결정 때 두 달 정도가 걸렸는데, 이번에는 탄핵소추 사유가 명확하고 이미 대통령 탄핵 심의 경험이 있는 만큼 12월 초에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헌재 결정이 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추 대표의 ‘1월말' 주장은 김 전 대표와의 회동 직후에는 ‘1월 말 자진 사퇴’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1월말까지 자진 사퇴를 한다면 탄핵 절차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제안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추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야3당 대표 회동에서 “일부 언론에서는 대통령 퇴진 시기를 1월로 제안했다는 보도를 하고 있지만 이는 명백한 오보”라며 “2일 탄핵안 가결시 헌재서 1월 정도 결정 나니 즉시 퇴진 안해도 늦어도 1월까지는 강제퇴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4월말 퇴진을 거론하고, 추 대표가 탄핵해도 1월말 사퇴가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자진 사퇴 시점이 1월 말 등으로 최대한 당겨진다면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사인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새누리 “4월말 퇴진” 제안..."정권 이양 위한 최소한의 시간"= 새누리당은 탄핵에 찬성하는 비주류와 반대하는 친박(친 박근혜)계 모두 ‘4월말 퇴진’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비주류측은 “4월말 퇴진 시한에 청와대가 합의하면 탄핵이 필요없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받아들이면 탄핵안 가결이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4월 말’은 전직 국회의장 등 각계 원로 20명이 제시한 ‘질서있는 퇴진’ 로드맵과 일치한다. 차기 대선 등 정치 일정과 시국 수습에 걸리는 시간, 개헌 논의 등을 감안하면 대통령이 4월까지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법에서는 대통령 사임 후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도록 하고 있다. 4월말 퇴진 시 6월 말께 대선이 치러지므로 선거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은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총을 통해 '4월말 퇴진, 6월 조기대선'으로 당론을 확정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추 대표와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으로 간다하더라도 헌재 판결이 내년 4월 말 정도로 예상이 된다"면서 "국가 원로들 모임에서도 정권의 안정적 이양이 중요하기 때문에 퇴진 스케줄은 4월말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왼쪽)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마친 후 회동장을 나서고 있다. 추 대표는 회동 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방침을 강력하게 전하고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만약 사퇴한다면 1월말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비주류 대표 격인 김 전 대표는 "국가원로 모임에서 권고한 박 대통령의 4월말 퇴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으로 가지 않고 합의하는 게 좋지 않겠나 했다"면서 "추 대표는 1월말 퇴임 주장해 합의는 못 했다"고 밝혔다. 2016.1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선 유불리에 따른 해석 불가피 = 양측이 표면적으로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퇴진 시기를 대선 유불리와 연결시키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상 이런 해석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으로선 조기 대선이 유리하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는 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이고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주목받는 후보들이 많다. 박 대통령이 최대한 조기에 물러난다면 헌재 결정까지 기다려야 하는 탄핵보다 승산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선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여권이 집단 탈당이나 분당, 재창당 등을 통한 정계 개편으로 반전의 기회를 노릴 여지도 커진다. 박 대통령이 1월 말에 물러날 수 있다면 내년 1월 중순에나 귀국이 가능한 다른 여권의 유력 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이 나서기에도 시간적으로 촉박하다.


새누리당은 이런 민주당의 전략과 정확히 반대의 이유들로 4월 말을 퇴진 시점으로 선호할 수 있다. 지지율 등에서 유력한 후보가 없고 당 지지율도 바닥이다. 당 쇄신을 위한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나마 지지율에서 경쟁력이 있는 반기문 총장도 활동을 위한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 민심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여당에겐 유리한 셈이다.

퇴진 시기에 따라 양측의 이해가 이렇게 갈리지만 역으로 보면 각자의 입장들을 일부 수용할 수 있다면 절충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1월말과 4월말 사이에서 퇴진 시점이 정해질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측이 꼭 그 시기만을 고집할 이유도 없으니 협상을 통해서 시기가 정해질 수도 있다”면서 “추미애 대표가 노림수가 있어 보이는 제안을 하면서 야권 공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