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원두값…커피 기업 이익률 괜찮을까

커피 산지인 브라질에 가뭄이 들면서 원두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원두 가격 급등으로 커피 사업을 진행 중인 국내 기업의 이익률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최근 로부스타 원두의 가격은 톤당 2030달러(1월물 기준)에 거래됐다. 연초보다 23.6% 오른 수준이다. 지난 11월에는 로부스타 원두가 2200달러이상의 가격에 거래되면 최근 4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ICO(국제커피기구)에서 집계하는 가격도 크게 올랐다. 지난 6일 로부스타 원두 1파운드의 가격은 100.66달러로 연초보다 27.2% 올랐다. 로부스타 원두 가격이 오르면서 다른 원두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커피 지표는 올해 초보다 13.7% 상승했다.

최근 1년간 ICE선물거래소 로보스타 커피 선물 가격 추이, 단위: 달러(1톤당) /사진=ICE 홈페이지 캡쳐

올해 원두 가격 크게 오른 이유는 이상 기후 때문이다. 올해 원두 생육기간 동안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 가뭄이 이어졌다. 특히 브라질의 로부스타 원두 생산지의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올 1~9월 브라질의 원두 수출량은 2348만6000bag(1bag=60kg)으로 전년동기보다 11%이상 감소했다.

원두는 크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로 나뉘는데 로부스타는 보통 인스턴트 커피에, 아라비카는 원두커피에 쓰인다. 세계 2위의 로부스타 생산지인 브라질(1위 베트남)의 생산 저하로 로부스타의 가격이 오르자 대체 수요가 쏠리면서 아라비카의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여기에 전세계 커피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원두값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ICO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소비량은 1억5130만bag으로 전체 공급량을 넘어섰다. 중국 등 신흥국이 위치한 아시아지역의 소비량이 많이 늘었다.

생산량은 줄고 소비량은 늘면서 재고량은 최근 5년 중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두 가격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향후 라니냐가 발생하면 가격 상승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두가격의 상승은 국내 커피 기업의 이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인스턴트 커피는 동서식품과 남양유업, 롯데네슬레 각각 점유율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상장한 한국맥널티는 커피사업부(원두)가 전체 매출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동서와 한국맥널티는 최근 식음료업종 약세 영향 등이 겹치며 주가흐름이 좋지 않다. 동서 (18,900원 0.00%)는 석달 전과 비교해 16.1% 하락했고, 같은 기간 한국맥널티 (4,455원 ▼115 -2.52%)는 30.2% 급락했다. 남양유업 (509,000원 ▲9,000 +1.80%)은 3분기 영업이익 개선으로 주가가 상승했으나 커피부문의 적자 심화가 우려된다.

일부에서는 내년 커피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김승 SK증권 연구원은 “동서식품은 2014년 초 브라질 가뭄으로 커피 가격이 급등하면서 8월 커피가격을 약 4.9% 인상했다”며 “커피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함에 따라 커피제품 가격인상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투자자는 해외 ETN(상장지수채권) 상품에 관심을 갖는다. 미국 시장에는 커피선물을 기반으로 하는 ETN(종목코드 ‘JO’)이 상장돼 있다. 해외상품 관계자는 “농산물 투자는 리스크가 큰 만큼 소액으로 분산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