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계속 오르는 기름값...'사후정산제'도 한몫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뉴스1.

휘발유·경유 등 기름값이 새해에도 심상치 않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조만간 리터(ℓ)당 1500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 상승이 주된 이유지만 정유사와 주유소간 '사후정산제'도 가격 상승에 한몫 한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리터당 1487.5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리터당 1475.5원에서 12원 오르며 한달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유는 전국 평균 리터당 1281.03원으로 전주대비 11.33원 올랐다.


전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지역중 하나인 서울은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593.02원으로 16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경유는 리터당 1384.96원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은 국내 기름값이 내릴땐 천천히, 오를땐 빠르게 오른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 소비자들이 이같이 느끼는 데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할 때 사후정산을 하는 것도 한 몫을 한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3사는 일주일 단위로 공급가격을 고지한다. S-OIL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가격을 고지하고 있다. 유가는 날마다 변하는데 일주일, 혹은 월말에 몰아서 정산을 하니 주유소는 당장 기름을 들여올때 입금가격으로 사놓고, 추후 정유사가 확정가격을 통보할때 얼마가 오를지 몰라 불안하다는 설명이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유가는 매일 변하는데 정유사들이 가격 고지를 그때그때 하지 않으니 하루 차이로 제품 도입 가격에서 손해가 막심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나 지금처럼 유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는 입금가격보다 확정가격이 더 높아질 소지가 다분해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유사들은 사후정산시 주유소들에 더 높은 가격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사후정산제는 날마다 정산을 하는 것이 복잡한 만큼 주유소들의 편의를 위해 가격을 일정 주기에 따라 고지하고, 추후 정산시 유가가 공급 당시보다 더 올랐다해도 주유소에 추가로 청구하진 않는다고 설명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사후정산제는 2010년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며 "현재 고지 가격보다 유가가 떨어지면 정산시 주유소에 그만은 할인은 해주지만 추가 금액을 청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유사와 주유소간 입장이 다른 가운데 국내 기름값은 계속 오름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계획 구체화, 리비아 유전 재가동 지연 등으로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유가 상승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