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농협은행에 기관경고..제재방침 선회하나

NH농협은행이 예금잔액증명서를 부당하게 발급해 거래처의 자금력을 허위로 부풀려 줬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대형 은행이 금감원 기관경고를 받은 것은 2014년 KB국민은행의 국민주택채권 횡령사고 이후 2년여 만이다.

금감원은 3일 저녁 농협은행에 대해 '기관경고'와 '과태료 1억670만원'의 제재 조치를 통보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농협은행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해 최근 이 같은 제재 조치를 확정했다.


농협은행은 예금잔액증명서를 부당하게 발급했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농협은행 9개 영업점은 2012년 8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건설업체 등 49개 거래처에 대해 예금잔액증명서를 변칙으로 발급해 줬다.

금감원 검사결과 A건설사는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수법으로 자금력을 부풀렸다. 건설사는 건설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일정 금액 이상의 자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자금을 빌려준 사채업자는 해당 정기예금에 대해 질권을 설정했다. 하지만 건설사가 입찰 참여를 목적으로 예금잔액증명서를 뗄 때에는 일시적으로 질권을 해제해 문제가 없는 자금으로 위장했다. 또 다른 거래처의 경우 잔액증명서 발급 후 다음날 자금을 전액 인출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내규상 질권 해제 후 일정 기간 안에 잔액증명서를 발급할 수 없거나 잔액증명서 발급 후 곧바로 예금을 인출할 수 없는데도 농협은행은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업 감독규정상 은행 임직원이 변칙적으로 거래처 자금력을 위장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영업점 직원이 자금 위장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며 제재 배경을 설명했다. 거래업체 중엔 외감법인도 포함돼 있어 분식회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은 또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갈아타도록 유도해 역시 기관경고를 받았다. 농협은행 39개 영업점은 2012년 8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보험계약자 42명에게 '보험 갈아타기'를 유도했다. 관련 수입보험료만 14억700만원(은행 수수료 수입 4600만원)에 달한다.

농협은행 고객은 은행직원의 권유에 따라 기존에 가입한 계약을 해지하고 보장 내용이 유사한 다른 보험계약으로 갈아탔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계약 해지 후 1개월 안에 보장 내용이 유사한 다른 계약으로 승환계약을 할 수 없다. 이 경우 계약자가 일정 부분 손실을 입기 때문에 은행은 계약자로부터 반드시 확약서를 받아야 하지만 농협은행은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은행은 내부 시스템상 승환계약 확약서를 받도록 해야 하는데 농협은행은 지난해 6월까지 관련 시스템도 갖추지 않았다.

농협은행은 이 밖에도 증권사로부터 부당한 수수료를 수취하고 신용카드 약관 사전신고 의무도 불이행했다. 개인신용정보 부당 조회건도 다수 적발됐다.

금감원이 은행에 대해 기관경고를 내린 것은 2014년 국민은행의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고 이후 2년여 만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금융회사에 대해 경영상황을 진단하는 컨설팅 위주로 검사해왔다. 경미한 위반 행위는 자율처리토록 유도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제재 조치에 대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내부 직원들에게 원칙을 위반한 사안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를 요구한 바 있다. 이르면 이달 안에 보험회사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제재수위가 확정된다는 점에서 이번 징계 조치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