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트럼프, 가장 환영받지 못한 취임식 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6일(현지시간)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기념일을 맞아 자신의 거처인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킹 목사의 장남 마틴 루터 킹 3세와 만난 뒤 그를 배웅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오는 2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하지만 취임식을 코앞에 둔 분위기가 영 썰렁한 모습이다. 트럼프가 지난 11일 대선 승리 이후 처음 가진 회견에서 "엄청난 인파"(massive crowds)로 가득찬 "정말 특별하고 매우 멋진"(very, very special, very beautiful) 취임식을 예고한 것과 딴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취임식이 놀랄 만큼 '절제된' 행사로 준비되고 있다고 비꼬았다. '리얼리티TV쇼 스타'의 대통령 취임식 치고는 초라해보일 정도라는 것이다.


당장 트럼프의 공식 취임행사는 19-21일 사흘에 불과하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취임행사가 닷새 동안 진행된 데 비해 이틀이나 짧다. 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무려 14곳의 무도회장을 돌았지만 트럼프는 단 3곳만 찾을 예정이다. 전임자들이 4시간 넘게 한 거리행진도 이번엔 90분으로 단축돼 역대급 기록이 될 전망이다.

WP는 A급 스타가 전무한 것도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할 때는 비욘세와 브루스 스프링스틴, U2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얼굴을 비췄다. 스프링스틴은 미국 대선 전인 지난해 10월 영국 TV와의 회견에서 트럼프를 '꼴통 자기도취자'(toxic narcissist)라고 비난했다. 스프링스틴 측은 이날 트럼프 취임식 보이콧을 선언했다.

보이콧 선언은 미국 의회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 30여명이 이미 취임식 참석 거부를 선언했다. 트럼프가 이날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기념일을 맞아 킹 목사의 장남을 만났지만 민주당의 존 루이스 하원의원과 빚은 마찰이 반발을 더 부추겼다. 루이스 의원도 흑인 인권운동가 출신이다.


트럼프의 취임식을 둘러싼 썰렁한 분위기는 그에 대한 취임 직전 호감도 조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여론조사회사 갤럽이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의 호감도는 40%, 비호감도는 55%로 나타났다. 이는 클린턴(호감도 66%, 비호감도 26%), 조지 W 부시(62%, 36%), 오바마(78% 18%) 등 3명의 전임자에 비해 가장 박한 평가다. 트럼프에 대한 호감도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42%)보다도 낮았다.

트럼프의 취임식 분위기가 보이콧으로 냉각됐지만 반트럼프 시위의 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취임행사 주최 측도 역대 최대 규모의 시위에 대비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가장 큰 시위는 21일에 예정된 '여성들의 행진'(The Women’s March)으로 200개에 달하는 진보단체가 참여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시위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여성들의 행진' 주최 측은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DC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300여개의 지역 시위가 동시에 열릴 것이라며 해외 30개국에서도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P는 트럼프의 취임식 주최 측이 그나마 잘한 일은 돈을 많이 거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측은 취임행사를 위해 9000만달러(약 1060억원) 이상을 모금했는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식을 위해 거둔 5300만달러의 2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