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해줄게요"…선납 유도후 '먹튀' 산후조리원

# 지난해 12월 둘째를 낳은 최모씨(39). 마사지까지 포함한 상품으로 A산후조리원을 예약했다가 낭패를 겪었다. 비용 전액을 미리 내면 할인해준다는 말에 370만원을 냈는데 출산 직후 찾은 산후조리원은 문이 잠겨 있었다. 환불도 못 받고 다른 조리원을 부랴부랴 찾아서 산후 조리를 했다.

# 둘째를 가진 김모씨(26)는 첫아이 출산 때 갔던 A산후조리원을 다시 찾았다가 계약금을 떼였다. 한 차례 이용했던 곳이라 믿음이 가서 비용(120여만원)을 한 번에 지불했다가 피해를 입었다. 출산 직후 조리원 원장이 찾아와 조만간 돈을 돌려주겠다고 각서까지 썼지만 법적 효력은 없었다.


산후조리원에서도 이른바 '먹튀' 사건이 발생했다. 할인 마케팅에 비용 전액을 미리 냈다가 서비스는커녕 환불도 못 받은 피해자가 40여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일상 속 목돈까지 노리는 생활형 범죄가 확산되는 추세다.

◇산후조리원 휴업 직전까지도 계약금 받아 챙겨…"계획된 사기"

22일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김씨 등 14명이 계약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계약금도 환불하지 않은 A산후조리원 원장 장모씨(40)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인들은 장씨가 조리원 경영상황이 어려운데도 계약 선납금에 따라 할인율이 다르다며 소비자에게 선납을 유도한 후 휴업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인 14명의 총 피해액은 3000만원 가까이 된다. 이들은 1인당 적게는 100만원 초반에서 많게는 300만원이 넘는 계약금을 냈다. 경찰은 이번 사건 피해자가 총 40명이 넘어 추가 고소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장씨가 이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계약금은 최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피해자 이모씨(38)는 "지난해 10월에 계약했는데 이미 전기요금, 직원 임금 등이 밀려 있던 상황을 감추고 손님을 받았더라"며 "영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선납을 요구한 것은 명백한 사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장씨는 피해자들에게 '투자금을 조만간 받게 되면 환불해주겠다'고 말했지만 약속한 날짜에 돈을 돌려주지 못했다. 경찰은 고소인들의 피해 사례를 확인하는 한편 장씨에 대한 1차 대면 조사를 마쳤다. 구체적인 상황 파악을 위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 할인 앞세운 '선납 유도' 주의보, 피트니스 센터에 산후조리원도

장기 회원권을 발급하는 피트니스 센터 등에서 자주 발생하는 이 같은 피해가 산후조리원에서까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유사한 피해 사례가 증가할 우려가 높다.

이른바 먹튀 사건은 주로 피트니스 센터, 골프장, 수영장 등의 업종에서 발생했다. 이들 업종은 미리 돈을 받고 장기 회원권을 발급하는 영업을 주로 해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런 업종에서 계약서를 근거로 회원권 환불을 거절하거나 업체가 문을 닫아 피해를 본 피해 사례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산후조리원의 경우 출산 전 미리 알아보고 계약금을 지불하는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성낙훈 한국소비자원 과장은 "산후조리원 관련 민원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휴·폐업으로 인한 신고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며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산후조리원 항목에 따라 사업자 귀책사유로 입소 전 계약이 해지되면 계약금의 최소 2배를 환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할인율를 내세원 미리 비용을 모두 내라고 요구하는 업체는 부실 위험이 높다"며 "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미리 받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과 계약할 때 계약서에 '중도해약시 환불기준'이 명시되었는지 확인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