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지난해 저금리·구조조정 파고 넘었다

국내 금융그룹과 지주사들이 지난해 저금리와 기업구조조정 속에서도 실적 성장을 달성할 전망이다. 가계대출이 대출성장을 이끌면서 이자이익이 늘었고 각 그룹 계열사와 지주에서 리스크 관리에 힘써 대손비용을 줄였다는 평가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총합은 8조6411억원으로 전년동비대비 20.39%(1조4638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저금리로 인해 NIM(순이자마진)이 부진했지만 대출성장이 상당부분 상쇄시켜줬다"며 "저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연체율도 떨어지고 대손비용도 크게 하락한 것이 한 몫했다"고 설명했다.

각 지주별로 KB금융는 지난해 2조24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기순이익 2조원 클럽에 들어선 것은 5년만이다.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을 실시해 약 860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지만 현대증권(6600억원)과 KB손해보험(1300억원)의 매수염가차익으로 상쇄할 전망이다. KB금융은 내년에도 2조원대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돼 신한금융지주와 1위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은 현대증권을 자회사로 100% 편입하면서 은행 비중이 69.8%에서 60.0% 초반으로 하락하고 비은행이 40.0%에 육박할 전망"이라며 "KB손해보험도 100%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면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이 가장 잘 맞는 지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2조58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3년연속 당기순이익 2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미 3분기 누적순이익 2조원을 돌파한 신한금융은 지난해 3분기 전년동기대비 대출규모가 7%늘어나는 등 대출성장이 실적을 이끌었다.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 등으로 약 1000억원의 판관비 증가 요인이 존재하나 비자(VISA)카드 지분 매각으로 500억원 이상 인식돼 일정 부분 상쇄할 전망이다.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도 지난해 1조31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지난해 보다 20.30% 증가했다. 우리은행도 올해 대출성장으로 이자지익이 5%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리스크 관리로 대손비용도 20%이상 감소하는 등 건전성 지표가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시너지 효과로 1조3622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일 전망이다. 이는 전년(9097억원)대비 49.74% 증가한 수치다. 2015년 9월 통합은행 출범 후 지난해 6월 전산통합까지 마무리한 하나금융은 통합에 따른 비용 절감 시너지가 가시화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3분기 판매와 일반관리비를 전년동기대비 약 13%(1377억원)가량 줄였다. 또 연체율이 높은 대기업여신을 줄이고 가계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이자이익을 늘린점도 호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1조17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해 전년보다 2.55% 증가할 전망이다. 가계대출이 상대적으로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적은 가운데서도 실적을 선방했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기어구조조정의 여파 속에서도 3분기 말까지 총 연체율은 0.70%(기업 0.80%, 가계 0.21%),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42%를 유지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힘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