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트럼프' vs '슈퍼 달러'…누가 이길까?

'슈퍼 트럼프'냐, '슈퍼 달러'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달러의 힘 겨루기가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성장세에 역풍을 우려해 달러 강세를 경계하지만 시장에선 미국의 성장세와 금리인상에 힘입어 강달러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달러 강세가 경제 성장을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대에 올린 셈이다.


트럼프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한 회견에서 "달러 강세가 지나치다"며 "우릴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이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고수한 '강달러정책'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트럼프의 발언에 달러값은 6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환율정책을 책임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지명자의 속내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강달러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상원의원들에게 따로 보낸 질의응답 서한에선 과도한 달러 강세의 부작용을 걱정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므누신 지명자는 이 서한에서 "달러 강세는 역사적으로 미국 경제의 힘, 투자자들의 신뢰와 연결돼 있다"면서도 "과도한 달러 강세는 단기적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달러값을 하루 저점으로 떨어뜨렸다.

달러인덱스 추이/그래프=블룸버그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2015년에 낸 보고서에서 3개월 사이에 달러값이 10% 오르면 미국 경제 성장률이 1년에 걸쳐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이듬해 성장률은 0.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봤다. 달러 강세로 타격을 입는 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 축소 파장은 계산에서 배제됐다.


트럼프의 성장정책은 제조업을 미국 경제의 중추로 본다. 대표적인 과제 가운데 하나는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다. 제조업 부활, 무역수지 개선 모두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한 이루기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트럼프 행정부의 구두개입이 더 거세지고 잦아지겠지만 영향력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하루 5조달러가 움직이는 글로벌 외환시장을 '트위터'로 굴복시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비꼬았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 외환전략 부문 책임자는 "환율을 움직이는 모든 요인 중에 정책입안자의 의견은 영향력 상위 10위권에도 못 든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달러값이 이미 과도하게 올랐다며 달러 강세의 지속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2014년 중반 이후 26% 올라 50년 평균치보다 3% 높은 수준에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최신 투자자 설문조사에서는 달러가 고평가됐다는 응답 비중이 22%로 2006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FT는 그러나 달러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투자전략가는 달러가 주요 10개 통화 가운데 수익률 상위 3위권에 들었다며 수요 증가로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달러가 곧 1달러와 1유로의 값이 같아지는 '패리티'를 실현하고 엔화에 대해서도 사상 최고치 경신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비드 블룸HSBC 수석 외환투자전략가는 달러 강세가 특히 올 상반기에 돋보이고 하반기에는 수그러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성장 공약 이행 여부를 놓고 투자자들이 실망할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