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재소환…유진룡 진술 토대로 '朴 지시' 추궁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양성희 기자

24일 오전 특검 사무실에 재소환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사진=김창현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재소환됐다. 특검은 전날 확보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진술을 토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 29분 법무부 호송차량을 통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석했다. 지난 22일 불려 나와 조사를 받았던 김 전 실장은 이날도 정장 차림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낀 모습이었다. 수갑을 찬 손은 가려져 있었고 옷엔 수용자 번호가 적힌 배지가 달려 있었다.

김 전 실장은 '유 전 장관이 김 전 실장의 지시를 폭로했는데 인정하느냐'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 등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조사실로 향했다. 전날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인물은 김기춘씨"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 드리기 곤란하다"면서도 "박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실행) 하면 정말 큰일 난다고 얘기했지만, 대통령은 '묵묵부답'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 1만 여명의 이름이 적힌 명단이다. 특검 수사 결과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정부의 각종 문화 지원 사업에서 배제되는 등 탄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이 명단이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만들어 문체부가 관리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특검은 최초 명단을 만들도록 지시한 이를 박 대통령으로 의심하고 수사 중이다.

이날 오후 2시엔 김 전 실장과 함께 구속 수감된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다시 소환될 예정이다. 조 전 장관은 구속 이후 두 차례 특검의 조사에 임했다.

한편 현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했던 차은택씨는 이날 오전 김 전 실장과 같은 호송차에서 내려 특검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 관계자는 "차씨의 새로운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그 내용에 대해선 공개가 곤란하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