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P2P회사 130여곳 전수조사..PF 쏠림 위험수위

금융감독원이 이달 중으로 P2P(개인간) 대출을 취급하는 업체 130여곳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인다. 금융당국이 P2P 대출에 대해 실태 조사를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P2P 대출은 지난해 말까지 6개월새 3배 급성장했다. 특히 최근 P2P 대출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쏠림 현상이 심각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중으로 P2P 대출을 취급하는 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다. 금융당국은 국내 P2P업체가 총 130여곳에 달하고 이 가운데 60여곳이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등록한 업체는 32곳에 불과해 이외 나머지 회사는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은 P2P업체에 대해 총대출 취급액, 투자금 사용처, 투자자가 개인인지 법인인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투자금 모집 단계에서 "원금을 보장한다"는 등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문구를 사용하는지 여부도 조사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에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P2P 대출에 대해 실태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P2P 대출은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제대로 된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P2P금융협회에 등록한 32개 회원사 자료를 취합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대출취급액은 4682억원으로 지난해 6월말 1526억원 대비 반년만에 3배 가량 급증했다. 국내 P2P업체 전체로는 지난해에만 약 6000억원 가량 신규 대출이 집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P2P 대출이 개인간에 이뤄지는 대출이란 당초 취지와 달리 부동산 PF로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P2P금융협회 등록업체만 살펴봐도 전체 대출 가운데 42%가량인 1963억원이 PF대출로 취급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태 조사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50%가량은 PF대출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면 개인 신용대출은 10%가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2P업체가 취급하는 PF대출은 투자기간이 3~6개월로 짧지만 예상 투자 수익률은 연 10%를 훌쩍 넘는다. 빌라나 소규모 오피스텔을 짓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는 단계에서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건설업자들이 주로 P2P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P2P 방식의 PF대출에서 큰 부실이 나진 않았으나 올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꺾일 것으로 관측돼 PF대출 쏠림 현상을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실태 조사를 벌인 뒤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P2P 대출은 국내에선 2005년에 처음 등장했다. 초기에는 고금리 대출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로 전환하는 대환대출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최근엔 투자 위험도가 높은 PF대출로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 때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PF대출 부실로 연쇄 도산을 맞았던 저축은행 PF 사태처럼 투자자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P2P 대출을 중개하는 P2P 플랫폼은 금융업이 아니라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통신판매업자 적용을 받고 있어 금융당국이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편, 금융위는 이달 중순부터 행정지도 성격의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실행한다. 이에 따라 개인의 P2P 투자한도가 한 업체당 연 1000만원으로 제한되고 P2P업체가 자기자본으로 대출을 실행한 뒤 나중에 투자금을 받는 '선(先) 대출'이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