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사회 이끌 '한국형 도제학교'…직업교육 패러다임 바꾼다

이준식(왼쪽)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7일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성과보고회에서 도제학교 운영 유공자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있다.(교육부 제공)

"기업 근로자들과 만나 소통하면서 비록 몸은 힘들고 비용 지출도 많았지만, 제자들이 산업 현장에서 잘 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난 17일 제주도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첫 성과보고회에서 우수사례 발표자로 나선 류인식 교사(시화공고)의 말이다. 도제학교 운영에 따른 일선 학교 교사의 어려움을 간략히 표현했지만 행사장에 참석한 400여명의 교장·교사 등은 그동안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는 듯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나타냈다.


◇ 한국형 도제학교 도입 3년째…'취업난·구인난' 새 대안 부상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독일·스위스의 중등단계 직업교육 방식인 도제식 교육훈련(Dual System)을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만든 '현장중심 직업교육훈련모델'이다. 2015년 3월 시범학교(9개교)의 고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이달 각 학교별로 첫 졸업생이 배출됐으며 이들의 잠정취업률은 80%로 집계됐다. 도제는 장인(匠人)과 함께 일하면서 지식과 기술을 전수받는 교육 방식이다. 학교에서 이론 교육과 기초 실습을 한 뒤 산업 현장에서 적용해보는 종전 특성화고 방식이 아니라 학생이 기업(공동훈련센터)과 학교를 오가며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실무 교육을 받는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수업을 토대로 생생한 현장교육을 받으며 명장이 되겠다는 꿈과 비전을 키운다.

도제학교는 교육과정 개발부터 학교와 기업 등이 같이 참여한다. 딱딱한 이론수업이나 형식적인 실습에서 벗어나 기업에서 적용되고 있는 실제 기술을 현장전문가로부터 전수받을 수 있어 졸업과 함께 자연스럽게 취업과 연계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제교육은 일자리 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승희 서울 용산공고 교장(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회장단 대표)는 "도제교육은 기업과 학교, 정부가 협력해 취업난과 구인난의 불일치 현상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학생들이 자긍심을 얻고 삶의 원동력을 얻는 모습을 보면서 학교장으로서 도제학교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직업교육 패러다임 바꾼다…"2022년까지 직업계高 학생비중 30%까지 확대"

도제학교가 도입 이후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시행착오를 줄이며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학교와 교사들의 열정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류 교사가 언급했듯 도제학교 담당 교원들은 추가 업무부담도 마다않고 직접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우수 기업체 발굴을 위해 일일이 찾아다니며 도제학교 참여에 대한 협력을 구하는 등 열정을 쏟아부었다. 정부도 재정적·제도적 뒷받침에 나섰다. 교육부는 올해 도제학교 규모를 198개교로 대폭 늘렸으며 직종도 기계, 전기·전자, 화학 등 공업계 중심에서 정보기술(IT)·미용·세무회계 등으로 다양화했다. 이에 따라 학생 수는 기존 2600명에서 올해 7000명으로, 참여 기업은 800여개에서 2500개로 확대된다. 도제학교 관련 예산도 2015년 149억원에서 지난해 444억원으로 증액됐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희망하는 학생들이 모두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2022년까지 직업계고 학생 비중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직업교육훈련촉진법도 개정해 도제교육과정 편성·운영, 학생의 권리보호, 교육이수 후 자격증 취득 근거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제학교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적잖은 과제도 남아있다. 단기간 내 급속히 커진 외형에 걸맞게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동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센터장은 "도제학교에 참여하는 기업 간 네트워크 구축과 질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도제학교 학생의 평생경력관리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 내부에 뿌리 깊게 박힌 기술 인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도제학교 관계자는 "도제학교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기술 인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에게 인문계 고교 진학 대신 직업교육을 받도록 해도 학부모가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한 독일이나 스위스는 직업 간 인식과 처우 등에서 큰 차이가 없고 직업학교를 나와도 성공할 수 있다는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