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하인즈, 유니레버 인수 포기

2014년 5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 때 등장한 하인즈 케첩.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왼쪽)과 찰리 멍거 부회장의 캐리커처와 서명이 들어 있다./사진=블룸버그

미국 식품회사 크래프트하인즈가 영국·네덜란드 합작 생활용품업체인 유니레버에 대한 인수 제안을 철회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크래프트하인즈는 이날 유니레버와 함께 낸 성명에서 "양사의 합병 제안을 철회하는데 원만하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크래프트하인즈는 지난 17일 유니레버 인수 의향을 확인한 지 이틀 만에 인수 계획을 포기했다.


크래프트하인즈는 이날 별도로 낸 성명에서 "유니레버 인수 의향이 너무 빨리 알려졌다"며 "우호적으로 추진하려 했지만 유니레버가 거래를 원하지 않는다는 게 너무 명백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자 제 갈 길을 가는 데 전념하려면 일찍 발을 빼는 게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결정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브라질 PEF(사모펀드) 운용사 3G의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호르헤 파울로 레만이 이날 유니레버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추진하는 게 좋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버핏과 레만은 절친한 사이로 둘은 2015년 미국 케첩 브랜드 하인즈를 통해 미국 식품회사 크래프트푸드를 인수해 크래프트하인즈를 탄생시켰다. 버크셔해서웨이와 3G가 보유한 크래프트하인즈의 지분은 50%가 조금 안 된다.


크래프트하인즈가 인수 제안을 물리면서 네슬레 다음 가는 세계 2위 소비재 기업의 탄생은 일단 물 건너 갔다.

유니레버는 지난 17일 크래프트하인즈로부터 주당 50달러, 총 1430억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이는 회사 가치를 너무 저평가한 것이어서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크래프트하인즈가 인수가격을 높일 준비가 돼 있었지만 초기에 너무 많은 것이 알려져 협상이 어려워졌다고 귀띔했다. 한 소식통은 특히 영국 정부의 반감이 크래프트하인즈가 인수 제안을 물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외국 기업의 자국 기업 인수 시도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크래프트푸드가 2010년 영국 초콜릿업체인 캐드베리를 인수한 뒤 영국 공장을 유지하겠다고 한 약속을 뒤집은 사례 등을 들어 외국 기업이 약탈적으로 자국 기업을 인수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걸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크래프트하인즈와 유니레버는 지난 주말 영국 정부와 이번 사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에서는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크래프트하인즈가 유니레버를 대신해 다른 사냥감을 찾을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전부터 크래프트하인즈의 표적으로 스위스 초콜릿 브랜드 '토블론' 등으로 유명한 미국 몬델레즈나 시리얼과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 등으로 알려진 미국 제너럴밀스 등을 거론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