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핵심인사 "트럼프 때문에 떠난다" 작심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CIA 추모비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주요 인사인 에드워드 프라이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를 비판하며 11년간 일했던 직장을 떠나면서 트럼프 정부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프라이스는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단 한 번도 CIA를 그만둔다고 생각한 적이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그만두기로 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심경을 토로했다.


프라이스는 CIA 정보 분석가로 2006년부터 공화당 출신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오바마 정부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프라이스는 이 글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에서 일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트럼프 정부에선 옳은 신념을 가지고 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가 분석한 자료들이 대통령에게 제출되고 이것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 만큼 큰 보상은 없었다"며 "정책에 보탬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프라이스는 트럼프 정부에서는 이같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17개 정보기관이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내린 점을 부인한 것을 예로 들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CIA가 오래 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설이 거짓보고였다는 점을 인정했음에도 이 일을 거론하며 CIA를 믿을 수 없는 조직이라고 비난한 점도 언급했다.

프라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CIA를 방문한 후 보인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의 CIA 방문 행사는 양측의 관계 회복을 위한 자리가 됐어야 했지만 트럼프의 자존심 세우기와 고압적인 태도로 엉망이 됐다"고 비판했다.

프라이스는 "희생된 CIA 직원을 기리는 추모비 앞에서 그는 전날 취임식 관중 규모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며 카메라와 기자들에게만 신경쓰는 것처럼 보였다"며 "나와 내 전직 동료들이 우리의 새 최고사령관으로부터 듣길 바란 얘기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가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트럼프가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호주에 뒤통수를 때리는 행동이 정보기관의 의견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의 최종 결정에 전문가 집단이 아닌 트럼프의 개인적인 측근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고 있다"며 정부 시스템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라이스는 "CIA 직원들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지키고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면서 "최근에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보 당국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노고의 결실을 알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런 일이 일어날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헌신적인 요원과 그들이 드러내진 않지만 자랑스럽게 섬기고 있는 이 나라에 또 다른 몹쓸 짓을 저지르고만 있을 것"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