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헌법재판소, "탄핵반대" 진입 시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아수라장이다.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고 시위대와 경찰이 맞부딪혔다. 27일 오후 법치국가 대한민국의 마지막 보루인 헌법재판소 앞 풍경이다.

'휘이익~휘익~'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 변론 기일인 이날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은 시위대를 통제하려는 경찰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 탄핵 찬성 측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시각 탄핵 반대 측은 인도를 점거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경찰과 취재진까지 뒤엉키면서 난장판이 됐다.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1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절차는 끝났다"며 "헌재는 탄핵하라"고 요구했다.

최종진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1500만 촛불과 국민 절대 다수는 이미 탄핵했으니 헌재는 그 절차를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박진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금 대통령 놀음에 바빠 기념시계를 만드는 등 권력에 심취해 있다"며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연장을 하지 않으면서 다시 한 번 민심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태극기를 들고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전 8시쯤부터 헌재 근처에서 농성을 벌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헌재 앞으로 시위대가 모였다. 경찰이 해산을 명령한 오후 3시쯤에는 200여명이 인도를 가득 채웠다.

이들은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헌재 심판정으로 돌진하다 경찰에게 저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한 60대 남성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도로를 점거해 경찰이 끌어내자 격렬히 저항하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던 여성이 여경을 붙잡고 항의하기도 했다. 헌재 앞으로 이동을 막지 말라면서다.

헌재 입구에서 대형 태극기를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한 60대 남성 참가자는 "촛불집회 집행부는 대한민국의 반대세력"이라며 "결국에는 폭력·테러 세력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 찬반 시민들이 서로 대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탄핵 찬성 측 한 여성은 피켓을 통해 "국민의 80%가 탄핵 인용을 원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도 국민의 명령에 답해야 한다"고 외쳤다.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던 탄핵 반대 측 참가자들이 "무슨 근거냐"며 다가서자 경찰들이 막아서기도 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헌재 인근에 2개 중대(160명), 안국역 부근에 3개 중대(240명) 등 경력을 각각 배치했다. 경찰이 연행한 사람은 없었다.

경찰은 오후 3시쯤 시위대에 수차례 해산을 요구했다. 오후 4시 이후 시위는 일단락된 상황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헌재 근처 인도에 남아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변론은 국회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변론이다.

심판정에서 국회 소추위원단은 △비선조직에 따른 국민주권주의·법치국가원칙 위반 △대통령의 권한남용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각종 형사법 위반 △언론자유 침해 등 5가지 탄핵사유에 따라 박 대통령은 파면돼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