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일원화" 방사광가속기 국유재산 편입 검토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사진=포스텍

정부가 방사광·양성자·중이온·중입자가속기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이를 위해 사립대학 포스텍이 소유·운영하고 있는 ‘방사광가속기’를 국유 재산으로 편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국가과학기술심의회(국과심) ‘대형가속기 운영체제 개선방안’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형 가속기 이용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전체 가속기를 포괄하는 기관 또는 정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기관별·지역별로 산발적으로 사업이 추진돼 혼란을 빚고 있다는 진단이다.


가속기란 작은 입자의 내부구조를 자세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원자핵 또는 기본입자를 가속·충돌시키는 일종의 초대형 현미경이다. 가속입자의 종류에 따라 방사광, 양성자, 중이온, 중입자 등으로 분류한다.

국내 대형가속기는 포스텍 부설 가속기연구소의 3세대·4세대 방사광 가속기, 양성자가속기 등 3기가 운영 중이며,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사업단의 중이온가속기와 원자력의학원 중입자사업단의 중입자가속기가 구축 중이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포스텍의 방사광가속기로, 포스텍이 1995년부터 운영해 왔다.


국회에선 특정사립대(포스텍)에 대한 정부예산 지원에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국내 기초과학 선진화와 산업기술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지만, 현재 포스코 출연 운영기금인 200억원을 지난 2010년 모두 소진한 뒤 정부가 운영비 전액(506억원, 2016년 기준)을 떠맡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방사광가속기를 특정 사립대학이 소유할 경우, 국가 공동활용연구시설로 장기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지난해 9월 세계 3번째 최첨단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준공을 계기로 국가 전략적 활용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국과심과 미래창조과학부는 대형가속기 운영 및 관리의 △공공성 △투명성 △효율화 △공동활용촉진 등을 위해 국내 가속기 전체를 포괄하는 연계·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방사광가속기를 국유재산으로 편입, 공적관리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형가속기 운영체제 개선방안’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국내 대형가속기 운영 및 공동 활용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방사광가속기는 소유권 기부채납 형태로 국유재산에 편입한다.

또 경영 투명성·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속기 운영 전문기관을 공모를 통해 선발한다. 안정적 운영을 위해 기존 운영인력을 고용 승계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포스텍은 민간이라는 법적 지위로 인해 경영평가, 정보공시, 감사 등 각종 공공기관 관리조치에서 제외됐다. 가속기운영위원회의 경우 사업계획 등을 심의하나 소장 선임, 인사, 조직 개편 등 경영 관련 주요사항은 포스텍 총장과 이사회가 맡고 있어 자체적인 사업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이번 개선안에선 가속기운영위원회의 관리·감독 기능 및 연구소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아울러 ‘대형가속기 구축·운영 협의회’를 구성, 관련 기술·인력·정보를 공동 활용하고, 관련 정책 자문 등 가속기 구축·운영을 체계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중이온가속기 구축 진행 상황에 맞춰 국내 대형가속기를 포괄하는 효율적 운영체제도 구축한다. 이를 위해 독립법인 형태의 ‘국가통합가속기연구소’룰 설립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밖에 중이온·중입자가속기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오는 6월 ‘중이온가속기 활용 마스터플랜’을 작성하고, 내년에는 ‘중입자가속기 운영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최우수 연구자에게 빔타임 배정을 확대하는 ‘프리미엄 멤버 제도’도 신규로 도입할 계획이다.

한편, 국과심 관계자는 “포항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합쳐 한해 운영비가 500억원 가까이 드는 반면, 가속기를 이용하는 연구자는 정부로부터 막대한 연구 예산을 받고도 빔 한 번 쏘는 데 10만원 정도의 헐값에 쓰고 있어 향후 적자경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며 추가 검토 과정을 거친 후 합리적인 이용료를 재산정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포항 방사광 가속기가 벌어들인 수익은 약 3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