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첫 면담 마친 산은 "질의 성실히 답변"

대우조선해양 (32,500원 ▼100 -0.31%) 정상화 방안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30일 대우조선 최대 주주 KDB산업은행(산은) 및 최대 채권은행 한국수출입은행(수은)과 만나 구조조정 방안과 관련한 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자리에서 '패'를 보이지 않고 질의한 국민연금은 사채권자 집회가 소집되는 다음달 17일 전 채무재조정에 동참할지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한다.

국민연금은 이날 전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회의실에서 이뤄진 면담에서 분식회계 관련 국민연금 측의 입장과 함께 출자전환과 채무재조정의 정당성, 당위성, 형평성, 실효성과 관련한 제반 자료를 요청하고 연관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은 지난 23일 산은·수은이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후 국민연금과의 첫 회동이다.


국민연금은 채무조정 대상 회사채 1조3500억원 중 약 29%인 3900억원을 보유해 사채권자와 시중은행의 채무재조정을 전제로 국책은행이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조건부' 지원안 가동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이날 국민연금은 그동안 산은 측이 제출한 자료가 미흡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채무조정안과 관련한 입장차를 논의해야하는 자리인데 자료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협의를 하려면 정보가 신뢰가 있어야 하는 만큼 자료의 신빙성을 확인해야 하고 필요한 자료를 추가로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측 요청자료에는 외부기관 실사보고서, 지금까지의 차입금 상환 내역, 대우조선 측이 제시한 손익의 세부근거, 자율적 구조조정 세부계획, P 플랜 사전회생계획안 등이 포함됐다. 또 삼일회계법인의 2016년도 회계감사 한정 의견에 따른 영향과 분식회계 기간의 관리 쟁점, 향후 경영 계획 등 기업경영 관리제반 사항도 질의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31일 투자관리위원회를 열고 채무조정안에 대해 심의를 진행한다. 투자 증권 원리금의 전부 또는 상당 부문 회수가 곤란하다고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투자관리위원회의 심의가 반드시 필요해서다.

반면 채권단 측은 이번 회의가 무난하게 이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채권단 핵심 관계자는 "면담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며 "출자전환과 채무재조정의 정당성, 당위성, 형평성, 실효성 등 국민연금 측이 질의한 내용에 대해 성실히 답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이날 채권단 측은 모든 채권자가 채무재조정을 하고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이 투입될 경우 금융권 채권 회수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진다는 데 방점을 둬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채권단이 제시한 삼정회계법인의 재무 진단 결과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청산가치가 5조6000억원에 그친다. 대우조선에 대한 금융권 여신, 회사채 등 금융채무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조2000억원인데 법정관리 시 금융권에서만 16조원 가량이 떼일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회사채는 후순위 채권이라 법정관리에 준하는 P플랜에 들어가면 회수율이 6%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산은의 ‘감자(減資)’ 필요성을 이날 국민연금 측이 공식적으로 요청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지난해 11월 1조8000억 원 규모로 출자전환을 하면서 2015년 12월 유상증자를 하기 전에 갖고 있던 주식 약 6000만 주를 지난해 전량 소각한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추가 감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