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름값' 브랜드 수수료 1조…"LG가 甲"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SK·LG·CJ 등 국내 주요 대기업그룹이 계열사에서 거둬들이는 '이름값'이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앞장서 지주사 체제를 도입한 LG그룹의 브랜드 수수료가 가장 많았다.

4일 머니투데이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기업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LG (81,000원 ▲500 +0.62%)는 지난해 LG전자 (98,800원 ▲500 +0.51%)·LG디스플레이 (10,670원 ▲20 +0.19%)·LG화학 (404,000원 ▲1,500 +0.37%) 등 8개 계열사에서 총 2478억원의 브랜드 수수료를 받았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에서 거둔 수수료만 1000억원이 넘는다.

브랜드 수수료는 계열사가 그룹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해당 연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지주사에 지불하는 상표권료를 말한다.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의 0.2% 정도를 지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계열사 실적에 따라 전체 브랜드 수수료 규모가 달라진다.

㈜LG의 경우 2005년 브랜드 수수료를 받기 시작한 이래 2012년 2711억원으로 최고액을 찍었다가 2013년 2690억원, 2014년 2648억원, 2015년 2568억원으로 규모가 줄었다. 대체로 그룹 전체 실적과 무관치 않은 흐름이다. 올해는 계열사에서 총 2504억원을 받기로 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 (163,400원 ▲600 +0.37%)㈜는 지난해 브랜드 수수료로 2037억원을 벌어 재계 2위를 차지했다. 2010년만 해도 1328억원에 그쳤던 브랜드 수수료가 SK하이닉스 등 전략적으로 인수한 자회사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50% 이상 늘었다.

㈜CJ (152,700원 ▲3,400 +2.28%)가 지난해 계열사에서 거둔 브랜드 수수료는 834억원에 달한다. 계열사 실적이나 브랜드 수수료 계약을 맺은 계열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다른 그룹보다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진 수수료율이 수수료 수익에 기여했다.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GS그룹의 경우 ㈜GS (44,900원 0.00%)가 지난해 계열사에서 680억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GS칼텍스·GS건설 (15,740원 ▼100 -0.63%)·GS리테일 (20,250원 ▼500 -2.41%) 등이 대상이다.

한화그룹은 2015년 7월 뒤늦게 브랜드 수수료 제도를 도입했다. ㈜한화 (27,150원 0.00%)가 지난해 받은 브랜드 수수료는 657억원이다. 올해는 한화생명보험(471억원) 한화손해보험(171억원) 한화토탈(123억원) 등 7개 계열사로부터 1047억원 규모의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삼성그룹에서 인수한 한화테크윈 (215,000원 ▼2,000 -0.92%)(옛 삼성테크윈·73억원)이 추가되면서 지난해보다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2년 9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한국타이어의 경우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14,980원 ▼40 -0.27%)가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 (44,500원 ▼600 -1.33%)에서 지난해 478억원을 수수료로 거뒀다. 브랜드 수수료율이 매출의 0.75%로 다른 그룹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두산 (174,700원 ▲11,800 +7.24%)과 ㈜LS (161,500원 ▲10,700 +7.10%)는 지난해 각각 337억원, 205억원 규모의 브랜드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지주사 체계가 아닌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78,200원 ▼100 -0.13%)와 삼성물산 (153,100원 ▲3,100 +2.07%), 삼성생명 (95,000원 ▲2,000 +2.15%), 삼성화재 (370,000원 ▲33,500 +9.96%) 등 주요 계열사가 광고 등에 사용되는 브랜드 관리 비용을 분담하고 사용 수익을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247,000원 ▲500 +0.20%)는 그룹 대표 회사로 계열사나 해외 합작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만 지난해까지 브랜드 수수료 수익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올 들어 지난달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로부터 각각 89억원, 50억원 등 총 139억원의 브랜드 수수료를 받기로 계약했다는 공시를 내면서 시장에서 지주사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계열사간 브랜드 수수료 계약은 공시를 하게 돼 있지만 거래금액이 자본금(또는 자본총계 중 큰 금액)의 5% 이상이거나 50억원 이상인 경우만 공시 의무가 있어 소규모 거래는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맹점도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4월 4일 (17:2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