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밟은 세월호…현장교육 나선 부모들 "똑바로 봐"

9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에서 시민들이 세월호의 육상 거치 작업을 지켜보는 중이다. /사진제공=뉴스1

한 아버지가 예닐곱 살쯤 되는 아들 둘을 데리고 철망 앞에 섰다. "저 세월호를 똑바로 봐" 죽은 고래처럼 옆으로 누운 채 육지로 올라오는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침몰 3년 만에 세월호 육상거치가 이뤄진 9일 전남 목포신항에는 오전부터 연인원 수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 어린 자녀들과 나온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보안 유지를 위해 일부 미수습자 가족·유가족을 제외한 시민들은 450m 정도 떨어진 철망 밖에서 역사의 한 장면을 지켜봤다.

본격적인 세월호 거치작업이 시작된 오후 1시부터는 목포신항을 찾는 시민 수가 500명 가까이로 불어났다. 여기저기서 "빨리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세월호 선체의 가장 앞 부분이 목포신항 철재부두 내 약 100m에 진입했다. 이어 오후 4시30분쯤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양륙을 완료했다.


세월호가 육상으로 나오면 반잠수식 선박에 있던 거치대를 부두에 설치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날 밤 세월호 선체를 90도 돌려 거치대 위에 내려 놓으면 모든 작업이 마무리 된다.

세월호가 땅을 밟으면서 3년을 하루같이 기다렸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애간장이 탄다.

미수습자 조은화양(당시 단원고 2학년)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은화랑 밥 한 번만 먹어봤으면 좋겠어요. 한 번만 안아봤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국민 여러분이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사람부터 찾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9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에서 반잠수선에 실려 있던 세월호가 땅 위로 이동 중이다. /사진제공=뉴스1

시민들도 한마음이다. 세월호가 보이는 쪽 길이 300m의 철망 앞에는 수없이 많은 노란 리본이 바람에 휘날렸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을게요' 등의 문구나 미수습자 9명의 사진을 포함한 플래카드도 붙었다. 기도처(개신교), 기도법당(불교)도 설치됐다. 목포시 관계자들은 의료지원, 음료봉사 부스를 운영했다.

육상 귀환을 지켜본 부모들은 세월호 침몰 비극과 이후 발생한 우여곡절, 그 의미 하나하나를 자식들에게 전달했다. 다시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다.

두 자녀와 나온 아버지 김모씨(43)는 "텔레비전이나 신문으로 접하는 것보다 현장에 직접 나와 보는 게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했다"며 "최선을 다해 사건의 교훈을 가르쳐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 운반에 이어 또 한고비를 넘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거치를 완전히 마친 뒤 선체 수색, 심층 조사 등이 남아 있다. 세월호는 2014년 4월15일 인천항을 떠난 뒤 다음날인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후 지난달 25일 인양됐고 31일 목포신항에 입항한 뒤 이날 땅 위로 올라왔다. 출항 후 1090일 만에, 침몰 1089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