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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안돼서 문 닫고, 잘돼도 쫓겨나는 자영업자

[소프트 랜딩] 경기 회복된다는데 건물 임대 광고는 왜 늘지?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04.19 06:00|조회 : 19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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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요즘 거리를 다니다 보면 건물마다 '임대 문의'라고 쓰인 광고가 부쩍 늘어난 것을 본다. 심지어 번화가에 위치한 건물에도 임대를 구하는 광고가 붙어있는 것을 보면 의아할 정도다.

최근 국내 경제지표는 회복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은 2017년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2.6%로 상향조정했다. 국내 경제는 소비가 여전히 저조했지만 수출과 투자가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다소 확대됐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의 경기 판단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내놓은 그린북 4월호에 따르면 수출호조로 생산과 투자가 개선되고 소비경기도 회복조짐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한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46만6000명 늘어나 1년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해 고용 훈풍까지 불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상의 경기와는 달리 막상 현실에서 부딪치는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특히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내수 침체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해도 허언이 아니다.

지난 통계청의 '2016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가구(2015년 기준)의 평균 소득증가율은 1.2%로 임시·일용근로자(5.8%)나 상용근로자(2.1%)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0.7%를 고려하면 실질소득은 거의 제자리인 셈이다.

게다가 통계청의 '자영업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57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의 21.2%는 월 매출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사장님이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창업에 도전한 자영업자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국세청이 발표한 '2016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하루 평균 약 3000명(연간 106만8000명)의 자영업자가 창업하고 2000여명(연간 73만9000명)의 사업자가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인사업자 중 영세한 처지에 있는 간이사업자는 2015년 기준으로 총 32만9000명이 창업을 했지만, 23만4000명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나 영세자영업자들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영업 경험이 전혀 없는 퇴직 직장인들이 주로 뛰어드는 프랜차이즈 식당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폐업한 사업자 수가 1만 3000명으로 하루 평균 거의 36명의 프랜차이즈 식당이 문을 닫은 셈이다.

어디 이뿐인가. 지난 11일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1월 기준으로 전국 일반주점 사업자는 5만5761명으로 전년(5만9361명)의 6.1%에 달하는 약 3600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하루 평균 약 10개의 주점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직장 회식자리나 술 문화가 간소화하고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소위 '혼술족'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겨우 살아남은 자영업자조차도 건물주의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이나 재계약 거부 등으로 내몰리기 일쑤다. 특히 최근 마포구 연남동이나 이태원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 과거 낙후된 지역이 새로운 명소로 조명되자 이 지역 상권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기존 자영업자들이 과다한 임대료 인상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쫓겨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자영업자의 대출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신용정보로부터 받은 2012~2016년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의 대출 총액은 520조1419억원으로 1년 만에 약 57조원(12.2%)이나 늘어났다.

게다가 2012년 354조5926억원에 불과하던 자영업자 대출금액은 4년 만에 거의 166조원이나 늘어나 한 해 평균 40조원 이상 불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가계부채 증가율 39.5%와 비교할 때도 자영업자 대출은 46.7%에 달해 증가 속도 면에서 가계부채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최근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로 시중금리마저 상승세를 보여 자영업자의 상황은 한층 더 위태롭다. 한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1%포인트만 올라도 음식·숙박업 등의 자영업자들이 1년 후 문을 닫을 확률이 업종에 따라 7~10%나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일제히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부채 폭탄을 안고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결국 줄도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요즘 국내 경제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하지만 불황 속에서 장사도 힘들고, 설령 장사를 잘해도 건물주의 횡포에 시달리고 갈수록 불어나는 이자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에겐 마치 딴 나라의 이야기로만 들릴 뿐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4월 18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성근
최성근 skchoi77@mt.co.kr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심도깊은 분석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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