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국 뺀 TPP11 추진한다...5월 장관급 회의

기존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국. 미국은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탈퇴를 선언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로 공중분해의 위기에 처한 TPP를 살리기 위해, 일본 정부가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이 참여하는 TPP 장관급 회의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회의는 오는 5월 하순 베트남에서 열릴 예정이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미국이 빠진 제외한 TPP는 의미가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지만 최근 방침을 변경했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이달 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장관들에게 "TPP11을 추진하는 것은 어떤지" 물었다. TPP11이란 TPP를 합의한 12개국에서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이 교섭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 정부 변화의 배경 중 하나는 트럼프 정권이 미국을 제외한 TPP를 진행하는 것에 불만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미국의 TPP 탈퇴 이후에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무역·성장촉진을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기로 합의했다. 회담 뒤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는 "일본이 기존의 이니셔티브를 기초로 한 지역 수준의 진전을 지속·유지하기로 합의"했다는 구절이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여기에는 일본이 TPP11을 진행한다는 점도 포함된다는 것을 미국 측에 확인했다"고 말했다.

TPP11은 일본이 주도한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싱가포르의 외교관계자는 "미국 탈퇴 후 TPP 내에서 최대 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일본이 움직이지 않으면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회의나 지식인들 사이에서 일본이 미국을 대신해 아시아 무역자유화를 진행하길 바란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 중시 정책'의 핵심이었던 TPP에서 탈퇴하면서 아시아에서 중국의 입김이 강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또 일본에게 TPP 진전은 의의가 있다. 정책연구대학원대학의 가와사키 겐이치 특임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한 TPP12가 발효되면 일본의 GDP는 1.37% 증가한다. TPP11에서는 1.11% 증가로 소폭 줄어들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우선 5월 하순에 베트남에서 열리는 TPP 장관회의에서 TPP11의 발효 방법 검토를 지시하는 공동 성명 채택을 목표로 한다. 미국을 제외한 TPP 발효에는 미국을 제외한 협의 개정을 11개국이 합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 호주 등은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수출시장을 기대하고 교섭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설득이 필요하다. 또 베트남 등이 미국의 압력으로 받아들인 조치 철회를 요구하기 시작하면 TPP를 전면 재교섭하게 될 우려가 있다. TPP합의 내용은 지키면서도 미국을 제외한다는 점에서 고도의 협상 능력이 필요하다. 일본 국내에서도 미국 등 11개국을 상대로 맺은 쌀, 유제품 수입 규모를 어떻게 할 지 고민해야 한다.

일본이 TPP11를 진행하는 배경에는 2국가간 교섭을 강조하는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미도 있다. 오는 18일에는 미·일경제대화가 처음으로 열린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개별 협의를 일본에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