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실패→국제광고상' 안철수 벽보 만든 이제석 누구?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가 19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 포스터로 주목을 끌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9시 뉴스 앞에 틀지 말고 9시 뉴스에 보도되게 하라."

'광고천재' 이제석씨(35)는 "좋은 광고는 권력과 자본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진실된 마음과 영혼으로 만들어낸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이제석 광고연구소'의 대표인 그는 세계광고대회를 휩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19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 포스터로 주목을 끌고 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안 후보가 '국민이 이긴다'는 어깨띠 슬로건을 메고 두 팔을 번쩍 든 모습과 기호·이름만 담겼다. 다른 후보들이 당명·이름·슬로건·얼굴 등에 집중한 것과 차이가 있다.

이제석 대표는 대구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서 광고를 시작했다.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받을 정도로 학업에 열중했고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취업에는 번번이 낙방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19대 대통령 후보 선거 벽보 시안./사진=국민의당

그는 미국 맨해튼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School of Visual Arts) 광고디자인학과 졸업 후 이름을 떨쳤다. 그는 이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원쇼 페스티벌(최우수상), 클리오 어워드(동상), 애디 어워드(금상)를 비롯한 국제 광고제에서 수십여 회 우승을 휩쓸면서 실력을 인정받아 '광고 천재'로 이름을 알렸다.


이제석의 행보는 독특했다. 졸업 후 세계 유수 광고대행사 등을 거쳐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며 그야말로 인생역전에 성공했지만 공익·예술광고를 만들고자 2009년 자신의 이름을 건 광고회사를 설립했다. 2013년에는 그를 모티브로 한 16부작 드라마(KBS '광고천재 이태백')가 방영되기도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와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광고도 사람 목숨을 살릴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2009년 창립일로부터 현재까지 정부기관 및 NGO 비영리사회 단체들과 계몽 캠페인·공익광고에 전념하고 있다"며 설립 철학을 밝혔다.

또 "수익성만을 위한 영혼 없는 지라시 광고는 결코 만들지 않는다. 공모전 수상만을 목적으로 하는 가짜 광고도 만들지 않는다"며 "광고 모두 역사에 남을 문화유산이 되는 것을 목표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문제에 대한 문제의식도 뚜렷하다. 그는 "자살과 학교폭력·차별·약물중독·인권·환경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예산·법과 같은 물리적인 해결책이 아닌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만 사람을 살리고 소방관만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광고도 사람 목숨을 살릴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경영의 핵심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이제석 광고연구소에서 진행한 광고판 작품. 부산 남구 대연동 옛 남부경찰서 건물 외벽 광고 디자인. (약 500㎡의 면적에 실제 자동차를 활용한 작품) /사진제공=이제석 광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