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장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쓰레기같은 말"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 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다소 완화된 통상정책으로 선회한 가운데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다시 한 번 중국과 유럽 등을 겨냥한 통상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통상정책을 두고 트럼프행정부 내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스 상무부 장관이 다시 한 번 '중국과 유럽 때리기'에 나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행보에 우려를 나타낸 데 대해 "대상이 잘못됐다"며 "쓰레기 같은 말"(Rubbish)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는 FT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가장 덜 보호무역주의적인 나라"라며 "우리는 유럽, 일본, 중국보다 덜한 보호무역주의 국가"라고 강조했다.

로스 상무부 장관은 "미국은 이 세 나라와의 무역에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유무역을 주장하고 있지만 보호무역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우리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행동을 할 때마다 보호무역주의라고 한다면 이는 쓰레기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비교적 완화된 통상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로스 상무부 장관 입장이 기존의 강경한 미국 무역정책 기조를 재확인해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선 트럼프정부 내의 경제 제도주의자와 경제 민족주의자 간의 대결에서 제도주의자들의 입김이 더 세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를 번복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스 장관은 트럼프정부의 통상정책이 일부 완화됐더라도 트럼프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자유무역의 근간인 브레튼우즈체제가 현재 이뤄지는 불공정한 무역관계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미국은 세계경제 질서를 따를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행정부의 행보는 그 약속과는 사뭇 다르게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행정부는 유엔 예산 삭감을 제안했고 세계은행을 포함한 다국적개발은행에 지원하는 예산 7억5000만달러 축소를 제안했다. 트럼프행정부는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조정절차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스 장관이 일본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강한 발언을 통해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미국과 일본의 양자 무역협정을 요구했다.

또한 일본이 미련을 못버리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TPP는 미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 없이 일본이 TPP를 추진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미국이 이 중 가장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최근 TPP를 미국 없이 일단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로스 장관은 이같은 일본의 추진 방향에 동의하지 않은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