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1분기 성적표보니…국내선 '맑음' 해외선 '흐림'

대형 건설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였지만 해외 수주절벽으로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오히려 커졌다. 아파트 분양열기를 바탕으로 국내에선 돈을 벌어들였지만 해외에선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대형 건설업체 중 처음으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대우건설은 사상 최대인 2211억원의 영업이익과 1919억원의 당기순이익 등 뚜렷한 실적개선을 알렸다. 하지만 국내 주택사업 의존도가 커지고 해외수주가 급감하는 등 미래성장에 대한 불안감도 동시에 노출했다.
　
대우건설의 사업부분별 매출을 보면 주택부문은 지난해 1분기 6644억원에서 올 1분기 9225억원으로 40%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해외부문 매출은 1조277억원에서 6901억원으로 반감했다.
　
이 기간에 대우건설의 신규수주 규모는 2조1090억원에서 1조1832억원으로 약 44% 감소했다. 특히 해외 신규수주가 4104억원에서 566억원으로 8분의1 토막났다. 대우건설의 수주잔액은 지난해말 34조9031억원에서 1분기말 현재 33조7202억원으로 약 1조1829억원 감소했다. 국내 수주잔액은 전년말 수준을 유지했지만 해외수주잔액이 1조원 이상 줄어든 까닭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1분기 국내 7760억원, 해외 2050억원 등 총 9810억원의 신규수주를 기록했다. 이중 국내수주가 전년 동기(5700억원)보다 증가했지만 해외수주는 전년 동기 2조380억원의 10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해외수주잔액이 지난해말 14조8110억원에서 1분기말 13조4790억원으로 줄었다.
　
매출 4조1300억원, 영업익 2300억원 등 화려한 분기 성적표를 제출한 현대건설도 해외수주 감소의 벽은 넘지 못했다.
　
현대건설의 신규수주는 지난해 1분기 5조2025억원에서 올 1분기 5조7348억원으로 약 10% 증가했다. 국내 수주가 1조4460억원 증가하며 전체 수주실적을 견인했지만 해외는 9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대형사 전반이 부진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올 1분기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실적은 최근 10년새 최저를 기록한 지난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실적은 93억6811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6.9% 감소했다.
　
수주부진 속에 국내 건설업계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중동 의존도는 한층 높아졌다. 전체 해외수주에서 중동발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분기 27.7%에서 올 1분기 70.1%로 높아졌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주택 공급 물량 증가에 힘입어 한동안은 외형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라며 “해외 수주가 지금과 같은 수준에 머무른다면 건설업종의 장기 성장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계 전체가 이전의 저가 수주에 따른 후유증으로 해외 수주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 고도화도 중요하지만 외형 성장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