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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된 놀이터·장난감은 수십만원…아무나 놀 수 없다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①-4. "놀이터 만들어주세요" 행복도 꼴찌 한국 아이들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김평화 기자 |입력 : 2017.06.1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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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3살짜리를 위한 사교육이 등장했다. 유치원때 한글은 물론 영어 학습도 기본이다. 초등학생부터는 학원에 시달리는게 일상이다. 시간이 있어도 만만치 않다. 공공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해 놀이도 비용이다. 어느덧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는 사라졌다. 반면 선진국들은 점점 놀이에 주목한다. 잘 놀아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란다는걸 깨달은 결과다. 특히 자율과 창의, 융합이 생명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놀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놀이의 재조명이 절실하다.
올해 2월 서울 용산구 지하철 효창공원역 앞 공터를 둘러싼 철 그물에는 메모장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신나는 놀이터를 만들어주세요. 0학년 0반 김아무개.' 초등학생 아이들이 직접 쓴 쪽지였다.

공터는 경의선 철도가 지하로 들어가면서 남겨진 지상 철로 인근 땅이다. 주변에는 경의선 숲길 공원 등이 조성 됐지만 이 땅은 용도가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아이들의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놀이터가 얼마나 얻기 힘든 공간인지 보여주는 우리 현실이다.

올해 2월 서울 용산구 지하철 효창공원역 앞 공터를 둘러싼 철 그물에는 아이들이 직접 쓴 놀이터를 만들어달라는 메모가 걸렸다./사진=진달래 기자
올해 2월 서울 용산구 지하철 효창공원역 앞 공터를 둘러싼 철 그물에는 아이들이 직접 쓴 놀이터를 만들어달라는 메모가 걸렸다./사진=진달래 기자

◇ 놀 곳 없는 아이들…놀이터보다 주차장 선택하는 어른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 놀이시설(6만9000여개) 중 절반(3만4000여개)이 주택단지 놀이터다. 학교 놀이터와 음식점, 휴게소, 쇼핑몰 등 영업장에 마련된 놀이 시설 등을 제외한 수치다.

아이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 놀이터가 위협받고 있다. 당장 안전이 문제다. 2년 전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으로 안전성 검사를 시행한 결과 2015년 1월 1740곳(약 75%가 주택단지)이 이용 중지됐다.

해당 놀이시설을 재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적어도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보수 공사 비용 탓에 이용 중지된 놀이시설이 방치되거나 폐쇄될 지경이다. 같은 해 말 각 지자체장이 조례를 개정해 시설 보수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강제성이 떨어져 효과가 미미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4월 기준 이용금지 놀이시설 수(전국 95개)는 대폭 줄었지만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놀이시설이 아예 사라진 경우가 숨은 통계"라고 말한다. 비용 마련 없이 안전 강화를 내세우다 놀이터를 없앤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놀이터를 지켜라' 저자인 제충만씨(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 대리)는 "기존 방식의 놀이터는 돈이 많이 드는 시설이라서 놀이터를 주차장이나 다른 주민공동시설인 헬스장, 경로당 등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주택단지는 아예 놀이터 대신 부족한 주차장을 만들기도 한다.

2014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놀이터 설치 부담도 줄었다. 50세대 이상 주택단지면 일정규모의 놀이터를 의무설치해야 하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150세대 이상 단지만 놀이터를 포함한 주민공동시설을 의무설치하면 된다. 설치 기준이 완화된 셈이다.

특히 주택단지 놀이터는 관리비 등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지역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놀이터를 갖기 어렵다.

지역 불균형도 나타난다. 주택단지 놀이시설 수가 서울, 경기권에만 절반 가까이(약 1만5000개)가 몰려있는데, 면적을 감안하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놀이터를 가진 아이들 수가 지방에는 그만큼 적다는 계산이다. 아이들이 적은 지방 중소도시 등의 주택단지는 놀이터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 실내 놀이도 예외 없는 빈부격차, 가난할수록 모바일 중독 청소년 많아

실내 놀이에서도 빈부격차가 나타난다. 단적인 사례가 장난감 가격이다.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유명 장난감 가격표를 보면 수십만원을 넘기기 일쑤다. 친환경 등 안전한 물질로 만들었다는 유아 장난감들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저소득층 가구에선 그럴싸한 실내 놀이환경을 갖춰주는 게 쉽지 않다. 결국 아이들이 쉽게 집중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대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2017 청소년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10~19세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30.6%에 달한다. 중학생이 34.7%로 가장 높았다. 고등학생 29.5%, 초등학생 23.6% 순이었다.

그런데 가구소득이 비교적 낮은(월 400만원 이하) 청소년 집단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33%)이 월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 청소년(28.5%)보다 더 높았다.

경기 시흥의 한 일선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놀아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하는지도 모른다"며 "자유시간을 줘도 제대로 놀지 않고 휴대폰만 갖고 노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 한국 아동 행복도 OECD 최하위…"공부, 공부" 언제까지

열악한 놀이 환경은 과도한 학업 부담과 맞물린다. 이는 곧 한국 아이들이 '행복도 꼴찌'라는 불명예를 낳았다. 한국 학생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사를 실시한 OECD 22개 회원국 중 20위다.

정부가 '2015년 아동정책기본계획'을 발표하며 10년 내 아동 행복도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지만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학업 스트레스와 정기적 여가 활동 결핍 등이 행복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초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유니세프의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를 활용해 전국 초·중·고교생 73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보다 행복지수가 낮은 나라는 벨기에와 체코뿐이다. 한국은 지난해 조사에선 최하위였다.

무엇보다 한국은 수면 부족을 겪은 학생 비율이 높았다. 그 비율은 초등학생 24.4%, 중학생 37.6%, 고교생 59.4%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았다. 과도한 학업이 수면 부족으로 이어지고 결국 행복감을 낮춘 셈이다.

학습 부담은 사교육 실태 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통계청이 전국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교육 실태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생 약 68%가 사교육을 받는다. 매주 평균 6시간을 사교육에 쓰는데 이는 OECD 회원국 평균보다 6배나 많다. '공식적인' 사교육비 총액만 연간 18조원에 달한다.

경기 안산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정모군(18)은 "주말에도 하루종일 공부해야 해서 놀 시간이 없다"며 "신나게 놀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공부도 더 잘될 것 같은데 아쉽다"고 말했다.

김선숙 한국교통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아동 삶의 질 연구 발표회'에서 "아동의 행복을 위해서는 여가생활과 놀이환경 변화에 보다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아이들이 덜 경쟁적인 환경에서 건전한 여가와 놀이를 즐기는 과정에서 사회화 능력 등이 발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진달래
진달래 aza@mt.co.kr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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