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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짓도 안 말리는 엄마… 英 놀이터 가보니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②-1. 지붕위 올라가도 'OK'…거리도 놀이터로

머니투데이 런던(영국)=진달래 기자 |입력 : 2017.06.20 08:11|조회 : 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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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3살짜리를 위한 사교육이 등장했다. 유치원때 한글은 물론 영어 학습도 기본이다. 초등학생부터는 학원에 시달리는게 일상이다. 시간이 있어도 만만치 않다. 공공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해 놀이도 비용이다. 어느덧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는 사라졌다. 반면 선진국들은 점점 놀이에 주목한다. 잘 놀아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란다는걸 깨달은 결과다. 특히 자율과 창의, 융합이 생명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놀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놀이의 재조명이 절실하다.
어른 키보다 높은 나무다리 난간에 열 살 남짓한 아이들이 줄지어 섰다. 두꺼운 매트가 펼쳐진 바닥으로 뛰어내릴 순서를 기다린다.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주춤거리지도 않고 폴짝 뛰어내린다. 나무다리에 이어진 미끄럼틀이나 계단을 이용해 내려갈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

"위험하죠. 그렇지만 안된다고 말하지 않아요. (다치지 않게) 매트를 깔았으니까요. 아이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면서 배웁니다." (닉 매큐언, 시민단체 런던플레이 활동가)

지난달 31일 찾은 영국 런던 이즐링턴 '워터사이드 어드밴처 플레이그라운드'에는 만6~13세 아이들 30여명이 저마다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위험해 보이는 활동도 주변 어른들은 막아서지 않았다.

영국 런던 '워터사이드 어드밴처 플레이그라운드'는 아동의 놀이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노력한다./사진제공=워터사이드 어드밴처 플레이그라운드
영국 런던 '워터사이드 어드밴처 플레이그라운드'는 아동의 놀이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노력한다./사진제공=워터사이드 어드밴처 플레이그라운드

◇ '위험해' '안돼' 대신 안전한 환경을 지원

영국에서 만난 아동 놀이 관련 전문가들은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위험감수)을 자주 언급했다. 아이들이 직접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놀이에 의미를 두는 것이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는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시설 '더 야드' 역시 아이들이 모험을 즐길 수 있도록 야외 놀이시설을 구성했다. 어떤 물건에도 '제 자리'는 없었다. 아이들이 놓고 싶은 자리에 물건을 놓고 원하는 방식으로 놀면 그만이었다.

플레이워커(Play Worker·아이들의 놀이를 돕는 직원) 팀장인 루니 맥퀸씨는 야외 오두막을 가르키며 "아이들이 저 지붕 위로 올라가도 막지 않고 모래언덕에 폐타이어를 끌고 다른 곳에 놓아도 그대로 둔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해 각자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놀도록 존중하자는 의미다.

몸이 불편한 장애아동이라는 이유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려고만 하지 않았다. 직접 결정한 일을 시도하는 용기를 기르고 그 결과,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중요한 학습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임감을 키우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홉 살 아들을 둔 폴 호커는 "아이가 놀이를 통해 친구를 사귀고 이해하고 타협하는 법을 배운다"며 "상상력을 키워갈 수도 있고 그러면서 아이는 다방면이 고르게 성장한 어른으로 커간다"고 말했다.

아동에게 높은 자율성을 부여하다 보니 놀이에 일관성은 없다. 워터사이트 어드밴처 플레이그라운드 풍경은 한국 아줌마의 눈에는 혼돈에 가까웠다.

어떤 아이들은 야외 매트에서 레슬링을 하느라 땀을 냈고 또 다른 아이들은 수도꼭지에 연결된 호스로 물장난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토끼 구경에 빠진 아이, 실내 부엌에서 쿠키를 만드는 아이, 실내 소파에 가만히 누워 노래를 듣는 아이까지. 모두 내키는 대로 시간을 보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더 야드'는 장애 아동을 위한 실내외 놀이 시설을 무료로 제공한다. /사진=진달래 기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더 야드'는 장애 아동을 위한 실내외 놀이 시설을 무료로 제공한다. /사진=진달래 기자

◇ 놀이 그 자체에 주목한 영국의 정책, "잘 놀아야 건강한 구성원된다" 믿음

영국에 이런 놀이 시설과 방식이 주목받은 것은 약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2007년 정부가 아동의 놀이를 정책으로 지원하겠다는 나섰고 이를 위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장기계획을 수립했다. 범정부적으로 아동 놀이를 전면에 세운 정책을 집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당시 정책은 '목적이 없는 놀이'를 강조했다. 학습을 위한 수단으로 놀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 그 자체를 아동이 자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목표를 뒀다. 자유롭게 놀면서 행복한 아동기를 보내면 보다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우선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200억원을 투입했다. 전지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와 공원 등을 만들고 기존 놀이터를 정비하는 데 주력했다. 아동 놀이 관련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학교, 유치원 등 기존 교육기관과 지역사회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도 만들었다.

세계 각국의 아동 놀이 정책을 살펴봐도 영국 사례는 빠른 편이다. 물론 부침도 있었다. 아동복지에 대한 관점이 다른 정당이 집권하면 예산이 줄고 정책도 바뀌는 탓이다.


◇ 정부·시민단체·주민 힘 모으면, 길거리도 최고의 놀이터로
영국 런던에서 만난 아동 놀권리 관련 활동가  닉 매큐언(시민단체 런던플레이 소속)/사진=진달래 기자
영국 런던에서 만난 아동 놀권리 관련 활동가 닉 매큐언(시민단체 런던플레이 소속)/사진=진달래 기자


그럼에도 영국 사회는 아동 놀 권리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 일반 시민들의 참여로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이 꾸준히 추진된다.

시민단체 런던플레이가 진행하는 '플레이스트리트'는 일반 시민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플레이스트리트는 하루 혹은 반나절 동안 동네에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도심에 놀 공간을 만들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적은 예산으로 이를 극복한 아이디어다.

플레이스트리트를 진행하려면 차량 통행을 막아야 하고 소음이 발생할 수 있어 도로 주변에 사는 시민들의 동의가 필수다. 자치구가 나서서 이런 활동을 홍보해주고 시민들도 관심을 가지면서 그 사례가 쌓여가고 있다. 시소와 그네가 있는 전통적인 놀이터뿐 아니라 분필 하나만으로 놀이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동 놀 권리 진흥을 위한 NGO(비정부기구) 국제놀이협회(IPA) 회장을 맡은 테레사 캐시는 "건강, 교육 분야 기관과 관계자들이 놀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놀이 의미를 생각하고 아동이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플레이 스트리트 현장 모습/사진=런던 플레이
플레이 스트리트 현장 모습/사진=런던 플레이

진달래
진달래 aza@mt.co.kr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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