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3가지로 시범운영 시작..은행 도입 앞당긴다

은행들이 새로운 대출심사 기준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표준·실질·수정 DSR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눠 시뮬레이션(시범운영)을 시작했다. DSR은 기존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대체하는 심사기준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부채 핵심공약이다. 은행들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DSR의 적용비율 상한선 등을 결정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금감원, 여신담당 인원 전원소집, 가계부채 조이기=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 7일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여신담당 부행장 전원을 소집해 지난달 급증한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새 정부 출범 첫달인 지난달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3조994억원으로 전달 증가액 1조4610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이 치솟고 분양물량도 늘면서 이번달에도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회의를 주재한 김영기 금감원 부원장보는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강조했다.

김 부원장보는 또 새 정부의 핵심 공약사항인 DSR 도입과 관련,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DSR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해 새로운 여신심사 방안이 안착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지난달 말부터 DSR을 단일 유형이 아닌 복수 유형으로 나눠 자체적인 시뮬레이션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에서 △표준 DSR △실질 DSR △수정 DSR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눠 도입 영향을 평가하기로 한 것이다.

◇표준·실질·수정 DSR 3가지로 시범운영…마통·전세자금 예외로=표준 DSR은 지난해 2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이미 도입된 상태다. 표준 DSR은 차주(대출자)가 받은 개별 대출의 만기와 금리가 아니라 차주가 받은 대출의 유형별 평균 만기, 평균 이자를 감안해 상환능력을 평가한다.


예컨대 차주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과 신용대출을 받았으면 전체 주담대의 평균 만기와 평균 이자, 전체 신용대출의 평균 만기와 평균 이자로 차주의 상환능력을 결정한다. 또 거치기간을 인정하지 않고 현시점부터 모든 대출을 분할상환한다고 가정해 산출한다. 가이드라인상 표준 DSR의 상한비율은 80%다. 연간 갚을 원금과 이자가 연 소득의 80%를 넘어서면 ‘고위험’ 대출이 된다.

은행들은 실제 대출심사에는 실질 DSR과 수정 DSR 중 하나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질 DSR은 대출자의 실제 대출 만기와 금리 등을 고려해 연간 갚아야 할 모든 부채의 원리금을 합산한 뒤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KB국민은행이 지난 4월부터 도입한 DSR 300%가 이 유형에 속한다.

반면 수정 DSR은 계산할 때 예외를 적용받는 대출이 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은 정확한 상환능력 평가를 위해 부채 원리금에 100% 반영하지 않는 것.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실질 DSR에서는 대출한도 전체를 1년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로 잡히지만 수정 DSR에서는 대출한도의 10분의 1만 반영된다. 통상 10년간 만기가 연장된다는 점을 고려해 10년 분할 상환으로 계산한 것이다.

만기 2년인 전세자금 대출은 이자만 넣어 DSR을 산정한다. 실질 DSR에서는 첫해는 이자만, 2년째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넣어 계산하는데 이 경우 2년째는 DSR이 갑자기 불어나게 된다. 수정 SDR에서는 전세자금 대출이 전세보증금으로 100% 상환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2년째에도 이자만 반영한다.

은행들은 3가지 유형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뒤 은행별 고객군, 대표 상품군 등을 고려해 DSR의 적용비율 상한선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새 정부의 가계부채 핵심공약인 만큼 금융당국은 도입 시기를 당초 예상했던 2019년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은 다만 어떤 유형을 선택할지, 상한비율을 어디에 둘지 금융당국이 의무 기준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 DSR이 DTI처럼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기준이 되려면 상한비율을 의무적으로 정해줄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은행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인데 이렇게 되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