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없는 미래' 석유부국의 고민… 찬사받은 '韓 에너지솔루션'

10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개막한 ‘엑스포 2017 아스타나’의 주제관 전경. 물방울 모양의 주제관은 2050년 마지막 남은 석유 한방울을 의미한다. 아스타나 엑스포의 주제는 화석에너지가 고갈된 이후의 미래에너지다./사진=유영호기자

10일(현지시간) 도착한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 공항에서 나오자 ‘아스타나 엑스포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화려한 안내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초원의 나라’답게 바람에너지를 형상화한 엑스포 엠블럼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차를 타고 10여분을 달려 엑스포장에 도착했다. 커다란 물방울 모양의 주제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엑스포의 주제는 석유·가스 등 화석에너지가 고갈된 이후의 ‘미래에너지(Future Energy)’. 주제관은 2050년 마지막 남은 석유 한 방울을 형상화했다.


카자흐스탄은 주기율표에 ‘멘델레예프 주기율표’에 나오는 대부분의 원소자원이 매장돼 있는 자원부국.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도 각각 세계 11위와 7위다. 자원부국이 역설적인 미래에너지를 주제로 선택한 것은 최근 고민과 맞닿아 있다.

카자흐스탄은 천연자원 수출로 가파른 경제성장을 일궈냈는데, 최근 저유가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나아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신기후체제 출범은 카자흐스탄에 직격탄이다.

10일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개막한 ‘엑스포 2017 아스타나’의 한국관 전경./사진=유영호기자

카자흐스탄이 고민 끝에 내놓은 해법은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화 기술이다. 카자흐스탄은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면적이 전체 영토의 50%로 우리나라 총 면적의 14배에 달한다. 풍력발전이 가능한 지역도 5만㎢로 우리나라 절반에 달한다. 엑스포가 카자흐스탄의 탈화석에너지 정책 출발점인 셈이다.


아스타나 엑스포에는 미국·중국·독일·일본 등 전세계 115개국이 참가했다. 우리나라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주관해 참가국 최대 규모로 한국관을 꾸렸다. 카자흐스탄이 에너지솔루션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를 미래에너지 사회를 열어 갈 동반자로 우대했기 때문이다.

변용섭 한국관장은 “‘미래 에너지로 여는 스마트 라이프’라는 주제로 우리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절약 관련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국관을 꾸몄다”며 “카자흐스탄 정부도 한국관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개막한 ‘엑스포 2017 아스타나’를 찾은 관람객들이 한국관 입장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유영호기자

우리 에너지기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한국관 앞에는 관람객들이 긴 줄을 늘어서 있었다. 한국관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전력이 부족해 촛불을 사용하던 순간부터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등 미래에너지 기술강국으로 도약하기까지의 역사를 생생히 볼 수 있다.

이 과정을 작은 에너지 ‘씨앗’(1관·에너지기술 개발)이 뿌려져 ‘나무’(2관·에너지기술 독립)로 성장하고 마침내 ‘숲’(3관·에너지기술 세계 전파)을 이루는 형태로 구성됐다.

특히 3관에는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수소연료전지차와 연료공급 없이 태양에너지 만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돈 비행기 솔라 임펄스에 장착됐던 국내 중소기업 코캄의 배터리를 비롯해 태양전지,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시스템 등 핵심 기술 10개를 체험할 수 있었다. 태블릿PC를 들고 곳곳에 자리한 에너지나무 근처에 다가가면 해당 기술이 시연되는 형태다. 전시관 2층에는 한류 문화촌을 설치해 한식·한류상품 등 한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관람객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한국관에서 만난 아싼 에스파노브(24·대학생)는 “수소차와 스마트에너지빌딩, 마이크로그리드처럼 IT와 에너지기술이 접목된 최신 기술들을 한국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며 “관련 기술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관에는 개막일에만 3000여명이 방문했다.

10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개막한 ‘엑스포 2017 아스타나’ 한국관에서 관람객들이 수소차, 마이크로그리드 등 우리나라의 혁신적 에너지기술을 태블릿PC를 활용해 체험하고 있다./사진=유영호기자

아스타나 엑스포에서는 한국관 개관에 맞춰 KOTRA, 중소기업진흥공단, 무역협회, 무역보험공사가 공동으로 ‘한국 소비재 팝업스토어’도 개점했다. 엑스포 기간 자국 상품전을 개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화장품, 패션 등 카자흐스탄에 부는 한류 붐을 이끄는 국내 소비재 관련 기업 95개사와 카자흐스탄 및 인접국 바이어 94개사가 참여해 비즈니스 상담회를 개최했다. 일반 소비자도 하루평균 5만명이 팝업스토어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홍 KOTRA 사장은 “아스타나 엑스포를 단순히 우리 에너지기술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계 각국과 미래에너지에 대한 비전을 나누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특히 에너지기술 뿐 아니라 한국문화와 한국상품을 카자흐스탄, 나아가 중앙아시아 전역에 확산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