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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엔 韓 경제성장 이끈 노하우 있다"

[창간 특별인터뷰] 라피 아밋 美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평등공정거래 법 강화 속 대기업자산 활용"

머니투데이 뉴욕=송정렬 특파원 |입력 : 2017.06.19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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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 아밋 美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학원) 교수가 뉴욕에서 머니투데이와 창간기획 인터뷰를 하고 있다.
라피 아밋 美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학원) 교수가 뉴욕에서 머니투데이와 창간기획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기업엔 韓 경제성장 이끈 노하우 있다"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을 어떻게 다시 돌릴 것인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로 그동안 멈춰섰던 대한민국은 빠르게 활력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정상화를 넘어 재도약을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무엇보다 저성장에 허우적대는 경제가 문제다.

머니투데이가 창사 18주년 및 오프라인신문 창간 16주년을 맞아 기업지배구조와 기업가정신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라피 아밋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학원) 교수를 만나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길을 물었다.

아밋 교수는 우선 “‘황금알을 낳는 닭’을 죽이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평등한 기회와 공정거래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틀을 강화하고 그 틀 속에서 지난 60여년 동안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대기업집단이란 자산을 잘 활용해 경제성장의 돌파구를 찾으라는 조언이다. 또한 아밋 교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을 활성화하고 기업가정신을 확산하기 위해선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적 요소부터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리스크테이킹’이란 사회적 인식의 변화 없이는 미래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젊은 피의 수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대기업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의 모든 어머니는 자녀가 삼성 등 대기업에 취직하길 바라지 않나. 한국 대기업들은 여러 분야에서 세계 리더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꾸준히 변화해나가고 있다. 삼성을 보면 이미 반도체, 휴대폰 등에서 어마어마한 생산능력과 방법론(노하우)을 갖고 있다. 이런 자산을 이용해 이제는 바이오와 같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도 세계 리더로 전환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상당히 복잡한 분야다. 하지만 삼성은 그동안 사업노하우를 축적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진화과정을 봐왔기 때문에 이를 바이오와 같은 다른 분야에 접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재벌개혁을 예고했다. 어떤 접근법이 필요한가.
▶문재인정부의 정책방향을 심도 있게 보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 추세처럼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현실적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과거 한국경제의 성장요인이 무엇이었는가, 현재 성장요인은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흔히들 말하는 ‘황금알을 낳는 닭’을 죽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적정한 법적 틀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전제하에 대기업집단이 영속성을 유지하고 기업이 보유한 경험과 노하우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정경유착 등 재벌의 ‘과’도 적지 않은데.
▶한국의 상황을 보면 10대 대기업집단의 매출이 GDP(국내총생산)의 80%가량을 이끌어가고 있다. 기업가정신을 살릴 평등한 기회와 공정거래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틀을 강화하는 것이 재벌을 조각내기보다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은 이미 이러한 법적 틀을 갖췄고 문재인정부가 이를 강화하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한국 대기업들은 한국의 사회적 부 창출, 삶의 질 향상, 세계 10위권 내 경제도약 등을 이끄는데 어마어마하게 기여했다. 60년 내 이런 것들을 이뤘다. 비리와 같은 문제들도 분명히 있다. 문제는 어느 시스템에나 있기 마련이다. 고치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시스템의 문제를 고치는 것과 ‘황금알을 낳는 닭’을 죽이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재벌의 행태 가운데 특히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 차원에서 일감몰아주기, 계열금융사를 통한 투자금융조달 등 기업 오너를 위해 회사가 희생을 감수하는 것들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또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그리고 순환출자 등은 향상돼야 한다. 하지만 재벌들도 이를 알고 있고 규제기관들이 그 틀을 제공하면 재벌들은 반드시 따를 것이다. 이를 따르는 것이 그들에겐 이득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다른 가족기업을 봐도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배권’이다. 많은 사람이 지배구조 개선은 곧 지배구조 약화라고 보는데 내가 이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해본 결과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예컨대 보통 가족기업에선 가족이 이사회 등에서 지배권을 갖기 원한다. 하지만 ‘사베인스-옥슬리법’(Sarbanes-Oxley Act)에 따르면 가족과 별개의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원이 있어야 한다는 규제가 있다. 이러한 규제가 가족의 지배권을 축소한다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일정한 원칙과 장치들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한국 스타트업 문화를 어떻게 보나.
▶한국 스타트업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분명한 것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다. 좀 민감한 부분일 수 있어 요즘 이 메시지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실패의 두려움이 크다. 이러한 두려움은 혁신을 가로막는다.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고 창의적인 발상을 꺼리는 그런 문화적인 요소가 있다. 사실 한국의 많은 스타트업이 다른 아이디어를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아이디어 자체가 아주 새롭고 대단히 창의적인 것은 사실 드물다. 그 이유는 자본시장, 즉 투자자들은 급진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는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실패의 경험이 있는 사업가를 더 선호하지만 한국에서는 한 번의 실패로 ‘루저’라는 꼬리표가 붙는 경우를 많이 봤다. 통계적으로 볼 때 스타트업이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은 20%다. 80%는 실패한다. 캐나다에서 한 연구결과인데 그중에서 10년 후 100명 이상 직원을 둔 회사로 성장했을 가능성은 0.0002%에 불과했다. 스타트업은 정말 살아남기 힘들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한국 정부는 다른 외국의 사례를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다. 우선 세금우대, R&D(연구·개발) 지원금, 민간부문과의 매칭투자 등 재정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앞서 지적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란 문화적 요소도 변해야 한다. 즉, 스타트업이란 곧 리스크테이킹이란 시각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또하나는 한국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 역량(스킬)이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기술은 가지고 있는데 사업을 하기 위한 다른 요소들, 즉 마케팅 재무 경영 등이 취약한 경우다. 상품을 만드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고 회사를 꾸려나가는 다른 요소도 중요하고 여기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망하는 것은 꼭 재정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고 잘못 운영해서다.

-가장 유망한 스타트업 분야는.
▶AI(인공지능) 로보틱스(로봇공학) 바이오테크(바이오기술) 핀테크(금융기술)다. 사업의 디지털화 자체가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이러한 변화가 스타트업 생성에도 영향을 주지만 기존 회사에도 변화를 강요왔다.

-이른바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의 비결은
▶우선 유니콘을 정의하는 기준이 잘못됐다. 흔히들 유니콘이라고 하면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기업공개 이전 기업을 말한다. 기업공개 이전 기업이었을 때 기업가치를 따지기보다 기업공개 이전이든 이후든 ‘자본시장의 변화에도 가치창출을 할 수 있는가’의 시각으로 유니콘을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정의를 내렸을 때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은 2가지다. 혁신과 경영이다. 돈은 중요치 않다. 혁신과 경영만 있다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

-과거와 현재 스타트업간 차이점은.
▶가장 큰 차이점은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는 그냥 급속도로 돈을 버는 게 스타트업의 목적이었다. 최근에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공헌하려는 사업가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워비파커’(Warby Parker)가 대표적인 예다. 고객이 안경을 하나 사면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에 안경을 하나 기부한다. 즉 사회에 공헌함으로써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과거엔 이런 카테고리 자체가 없었다. 사실 워비파커 창업자 3명이 모두 와튼스쿨 출신이다..

-기업가정신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과정이다. 기존의 것들을 이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모든 창업이 대단한 R&D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것을 아니다. 앞서 언급한 와비파커와 같이 기존의 것들을 이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 학교, 비정부기관(NGO)에도 존재할 수 있다. 때문에 기업가정신은 기존의 기업들에게 변화를 강요한다.

-와튼스쿨 출신들도 창업을 많이 하는가.
▶물론이다. 우리 웹사이트를 가봐라. 금융, 마케팅 다음으로 큰 분야가 바로 창업이다. 창업에 대한 학생들의 높은 관심 덕택에 이젠 실리콘밸리에도 캠퍼스가 있다. 기존에는 와튼스쿨을 나오면 금융 아니면 컨설팅분야로 진출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송정렬
송정렬 songjr@mt.co.kr

절차탁마 대기만성(切磋琢磨 大器晩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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