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부위원장 "안종범, 삼성 지주사 전환 너무 관심 없어 서운"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최순실 관련 뇌물공여 등 25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6.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안종범 수석이 당시 삼성 관련 보고에 너무 관심이 없어 솔직히 서운했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에서 한 증언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을 청탁했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만약 청탁이 있었다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처럼 '무관심'할 수 없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

정 부위원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안 전 수석이나 청와대가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특검팀 질문에 "오히려 안종범 수석이 당시 삼성 관련 보고에 너무 관심이 없어 솔직히 서운했다"고 답했다. 특검이 재차 질문하자 정 부위원장은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관련 보고는 금융시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이슈라 금융위 차원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보고했는데 특별한 코멘트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안 전 수석이 전혀 코멘트가 없어 '별로 관심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가 고민하는 것에 대해 같이 고민을 안 해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전환에 대해 '반대'로 의견을 모았고, 정 부위원장은 이 내용을 2016년 3월13일 안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


청와대가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을 위해 금융위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언도 이어졌다. 정 부위원장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방향 제시가 있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안 전 수석으로부터 삼성 관련 별도 지시가 있었다면 당연히 실무적으로 검토했을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그 흔적이 남았을텐데 그렇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은 2016년 1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전환계획에 대해 소관부서인 금융위와 공식 신청 전에 의견을 교환했다. 양측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보안 유지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금융위에서도 소수의 실무진들만 이 사안을 삼성과 공유했다.

이후 금융위는 검토 결과 삼성이 제시한 원안대로는 허가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삼성 역시 금융지주사 전환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2%(5조9000억원 규모) 매각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같은 해 4월 지주사 전환 추진을 전면 보류했다.

특검은 삼성의 질의시점과 포기시점 사이인 2월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했다는 것이 특검의 주장이다.

삼성생명이 금융위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지주사 전환 계획을 한달여간 고수한 것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특검은 삼성이 금융위 반대에도 원안을 고수했던 배경에 청와대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 부위원장은 "삼성이 당국의 부정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절차를 계속 밟은 것이 '이례적'이라고 특검이 자꾸 말하는데 실제 있을수 있는 일"이라며 "당국과 기업이 비공식 협의 과정에서 이해를 달리 하는 경우가 많고 기업이 고집을 피우는 일도 왕왕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와 삼성이 비공식 협의를 하는 과정이었는데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며 "그래서 결국 삼성이 전환계획을 철회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 부위원장에 대한 증거조사의견에서 특검은 "안종범 수첩에는 삼성 금융지주사 전환 관련 메모가 있고 이를 앞으로 입증하겠다"며 "청와대 경제수석이 삼성 지주사 전환 사안에 대해 여러차례 보고받았고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오늘 증언으로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과 철회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이나 지시가 없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추진됐고 이후 금융당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보류된 것으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