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대북관계에 "한국이 크고 주도적인 역할 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미국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2017.6.20/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미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북핵 해결과 남북 대화 과정에 미국과 긴밀히 상의해야 한다면서도 "한국이 이제는 더 크고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진행하고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한국이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할 때 남북관계도 보다 평화적이 되고 미국-북한 간에도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원하는 것 같다.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나는 것을 대선 기간 말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는 질문에 "조건이 맞다면 그것이 여전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어떤 조건이냐는 데엔 "트럼프 대통령도 조건이 맞다면 북한과 대화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이어 "'어떻게'라는 점에선 구체적인 것은 없지만 미국과 긴밀히 상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전보다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임 미국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채택했지만 북한과 관계개선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또한 한국의 이전 정부도 그런 노력을 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줄곧 진전시키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 목표를 갖고 있다"며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 두 나라의 우호와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 두 나라의 공조가 강력하고 더 강해질 것이란 점을 세계에 보이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다음주 워싱턴을 방문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를 전개할 생각이 있느냐'고 분명히 물어볼 것'이라고 질문하자 문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 실시가 사드 전개(deploy) 연기나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사드 전개는 전임 정부 결정이고 나는 그 결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이에 대해 '사드를 전개하겠다는 뜻이냐'고 묻자 "단순하진 않다"며 "이미 사드 시스템의 레이더와 2대의 발사대를 전개했지만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미국과 공조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 한, 추가로 강력한 압박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와 동시에 북한에게는 비핵화하고 협상테이블에 나오기로 결정하면 그걸 도와줄 뜻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런 메시지의 사례로 개성공단 재개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다만 "그건 북한이 비핵화에 진전을 이뤘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재개가 미국이나 유엔의 북한 제재와 상충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그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한국과 미국이 절대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것은 북한 핵 프로그램 해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을 어떻게 보느냐. 미쳤다고 보는가. 아니면 똑똑한 것인가'라고 묻자 "비합리적인 지도자이고 아주 위험한 인물"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한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사람이고 북한을 비핵화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평소 밝혀온 입장과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북핵을 폐기할 힘도, 그 무기(핵)을 사용할 힘도 가진 것 아니냐고 되묻자 "맞다"며 "그래서 우린 그런 지도자를 다루면서 북한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는 목표에 직면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