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들, 자사고·외고 폐지 "마땅" vs "오판" 팽팽

자율형사립고인 서울 서초구 세화여고 전경/사진제공=뉴스1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 폐지를 놓고 대학 입시 최전선에 있는 입학사정관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마땅히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와 "해법을 잘못 짚었다"는 주장이 맞선다.

우선 21일 본지가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들을 긴급 인터뷰한 결과 자사고·외고가 본래 취지에 맞는 역할을 못한다는 현실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외국어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이들 학교가 대입을 최우선 목표로 운영하는 학교로 변질 됐다는 얘기다.


◇ "제 역할도 못하는데…일반고·자사고 학생간 피해의식만 키운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 유명 사립대 입학사정관 A씨는 외고·자사고 폐지에 찬성했다. A씨는 "대부분 학생은 영어가 기본이고 제2외국어도 선택적으로 하는데 굳이 외고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일반고에서 '선택적 수업'을 적용하면 충분히 수월성 교육도 잘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월성 교육을 위해 학교 유형을 분리한 제도가 학생 간 피해의식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사고 학생은 일반고보다 내신이 불리하다는 점에서, 일반고 학생은 대학이 자사고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서로 피해의식을 느낀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서울 소재 사립대 입학사정관 B씨는 "그간의 연구를 보면 자사고·외고 출신과 일반고 출신 학생 간에 대학 학습 성과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며 "다양한 아이들이 섞여 함께 생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공간에서 여러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생활하도록 하는 대신 일반고 교육과정을 지금보다 다양하게 맞춤형으로 운영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겸훈 한남대 교수 역시 다양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다양성 속에서 서로를 보며 성장해야 한다"며 "어떤 역량이 늦게 발현되는 아이도 있을 수 있는데 지금처럼 그룹이 나뉘고 또 패자와 승자로 구분되는 분위기는 야만적"이라고 비판했다.

◇ "자사고·외고 폐지로 문제 해결 안돼…일반고 역량 강화를 고민해야"

그러나 폐지하는 게 해법은 아니라는 입학사정관들도 있었다. 수도권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 D씨는 "일반고 역량이 문제인데 왜 외고·자사고 폐지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만약 폐지해도 일반고 안에서 소위 '레벨'이 나눠 질 것이란 예상이다. 일반고 교사가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자사고 보다 열악한 점을 개선할 방법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슷한 이유로 조기 유학 바람을 예측하기도 했다. 서울 소재 또 다른 대학 입학사정관인 E씨는 "현재 일반고 교육 환경에 만족할 수 없는 학생들은 어떻게 되겠냐"며 "일반 공교육이 그런 학생과 학부모의 요청을 모두 감당하려면 재원이 만만치 않게 들 것이고 갖춰야 할 제도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현 제제를 뒤집는 것보다는 어떻게 이를 내실화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