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韓통신요금, OECD 대비 저렴.."통신비 증가=후생 악화" 아냐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우리나라 국민들의 스마트폰 사용률과 데이터 이용량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며 요금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비 평균 이상 저렴하다는 것은 그동안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배경에는 통신사업의 민영화 이후 이동통신 3사의 치열한 경쟁으로 세계 최고의 통화품질을 구현한 값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2G, 3G, LTE(4G, 롱텀에볼루션)등 이동통신망 기술이 진화할 때마다 도시, 산간벽지, 지하철, 실내외 언제 어디서든 통화가 가능하게 기지국 등을 세우고 설비투자를 해왔었기에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도 높아졌고 국민들의 통신서비스 사용도 증가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져 왔다.


일각에서는 이동통신 서비스가 필수품이 됐고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요금을 직접 통제해야한다고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사용량이 늘어 필수품이됐다고 정부가 민간 통신사업자의 요금을 직접 통제하는 사례는 전 세계를 둘러봐도 찾을 수 없다. 최근 국내이동통신회사 주식의 40%를 초과하는 지분에 투자하고 있는 해외 주요 투자기관들 조차도 국내의 기본료 폐지 공약을 믿을 수 없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국내이동통신 시장이 독과점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원인과 해법을 잘못 연결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산업에서 단말 제조업, 항공사, 자동차, 포털 등 타 제조, 서비스 사업분야도 사실상 소수 기업들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해당 업체의 요금을 직접 통제하는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학의 게임이론은 비록 두 개의 경쟁자만 존재하는 시장이라도 가격경쟁을 하면 완전경쟁시장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독점기업도 잠재적 진입의 가능성만 있어도 독점력 행사를 자제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사업은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할당받고 전국에서 통화할 수 있는 통신망을 구축해야하는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대표적인 시설기반 사업이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경우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따라서, 독과점을 해소하려면 시장진입을 낮출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줘야 올바른 해법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오히려 미래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유인을 없애는 것이므로 독과점 해소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부에 의한 인위적 가격 인하 조치로 인해 새로운 투자부진으로 통신 품질의 급격하게 하락한 정부에 의한 시장실패의 사례는 이스라엘에서 잘 찾아볼 수 있다.


사업자들의 요금 결정의 정보와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헌법 제23조와 제119조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호되어야 하며 기업의 경영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 정보의 공개요구도 법적 테두리 안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만약 기업의 영업기밀 등 경영정보를 공개를 강요할 경우, 기업들은 경영정보 노출 방지를 위해 신규 요금제 출시를 미루게 되고 결국 요금 경쟁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는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새 정부 가계통신비 대책으로 거론되는 기본료 폐지 이외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지원금 상한 폐지, 공공 와이파이존 확대, 데이터 기본 제공량 확대 등의 요구사항들도 기본료 폐지와 다를게 없다. 기업의 수익은 급감해 마케팅 비용 즉, 지원금과 시설투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고, 대리점, 판매점, 시설공사업체 등은 폐업할 수밖에 없다.

사업자들은 기존에 구축된 와이파이 존을 개방하기로 발표했기 때문에 새로운 공공와이파이 구축은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을 투입해야하며, 외국처럼 콘텐츠업체와 통신서비스 업체들의 협력을 통해 통신 비용을 콘텐츠업체가 일부 부담하는 방법 등의 시장의 혁신을 통해 가계통신비 인하해야 한다.

이통 서비스가 진화할수록 이용자의 편익은 커지면서 각종 컨텐츠 구입비용과 스마트폰 구입 총비용은 점차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 가계통신비는 쉽게 하락할 수 없는 구조다. 통신비 증가가 소비자 후생의 악화라는 인식부터가 잘 못된 것이다. 가계 교통비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를 낭비라고 하지 않는다. 현재의 통신소비는 교육, 오락, 교통, 식품비 등 모든 가계비를 낮추고 카메라, 노트북, 전자계산기, 시계 등 전자기기를 대체하는 투자적 소비이기도 하다. 정부는 인위적 요금인하 방식 마련 보다는 사업자간 요금서비스 경쟁 활성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통신요금이 인하되도록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동통신사업자 외 단말 제조사, 컨텐츠 사업자, 부가 통신사업자 등 ICT(정보통신기술)산업 참여자 전체의 참여와 혁신노력이 있어야 하며,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인프라로서 미래 통신산업의 역할과 중요성도 고려해야만 한다. 실현 불가능한 기본료폐지 공약의 사태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표풀리즘에 의한 통신비 인하 공약과 시장개입의 악순환을 이번에는 종식해야 한다. 통신단말기와 통신서비스 산업은 시장실패가 아니라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시장성공의 사례다. 혁신을 처벌하고 돈버는 것을 죄악시하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