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경영권 승계 목적 아니라는데…" 추궁에 그친 특검 신문

서울중앙지법 전경/사진=뉴스1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승계작업 일환인가"(특검 측)
"아니다(김신 삼성물산 사장)

"양사 합병은 한 달 만에 결정됐다. 경영권 승계가 아닌가"
"아니다"

"합병 여부 논의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논의 있었나"
"없었다"

"전혀없었나?"
"없었다"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32회차 공판 후반부에서는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증인으로 나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게 된 경위에 대해 진술했다.


이날 특검 측은 양사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끈질기게 '추궁'했지만 그동안의 증인 신문에서 더 나아간 '입증'은 하지 못하고 공소장에 적힌 혐의사실만 재차 확인하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특검 측은 김 사장에 대해 "(양사 합병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가 강화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지만 김 사장은 "합병 전 후 달라지는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양사를 합병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것은 특검 측의 주된 논리다.

합병 전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로서 23.2%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은 0.6%였고 삼성물산 주식은 갖고 있지 않았다. 즉,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인해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로 올라섰고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였다는게 특검의 논리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과 그간의 삼성 측 반박을 종합하면 이같은 특검 측 논리는 단편적이고도 모순적이라는 설명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전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23.2% 보유중이었고 제일모직은 다시 삼성생명 지분 19.3%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7.2%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에 대한 간접 지배력은 이미 갖춘 상태였다.

합병으로 인해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긴 했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직접 지배력은 높아지지 않았고 여전히 간접 지배중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

무엇보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던 회사가 제일모직에서 통합 삼성물산으로 바뀌었는데 이 부회장의 정점 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기존 23.2%에서 16.5%로 줄어들어 전체 그림에서 보자면 그룹 지배력이 오히려 약화된 셈이다.

특검 측이 김 사장의 일관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의혹에 대해 동어 반복 형식으로 추궁하자 재판부가 개입해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재판부는 "그런 식의 신문은 자제해 달라"며 "나머지 문항도 같은 취지라면 생략해 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지난 31회차 공판에서 핵심 혐의를 입증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재판 진행을 특검 측과 삼성 측 변호인단에 모두 주문한 바 있다.

김 사장은 양사 합병 경위에 대해 "삼성물산의 건설부문은 성장 모멘텀을 찾고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은 해외진출을 노려 경영상 판단으로 성사된 것"이라며 "삼성물산은 합병 이후 3조원에 가까운 잠재적 부실을 정리했고 합병이 아니었다면 신용등급 하락과 유동성 위기까지 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특검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다루는 문제 있어서도 사실관계가 아닌 의심가는 정황에 대해서만 재차 질문했다. 적법성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에 명확히 규정돼 있는 반면 '적정성'이란 평가자 주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내용이라 공방전을 이끌어 가는데 한계가 있어 보였다.

특검 측은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저평가 논란을 이야기했을 때 잘못된 거라 판단하지 않았나" "적법성 말고 적정성도 논의해 봤나" "삼성물산 사장으로서 제대로된 합병비율을 강구했어야 하는게 아니냐"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이사회를 할 무렵 회계법인을 통해 가치평가를 했고 그 범위 내에서 비율이 산정된 것이라 적합하다 판단했다"며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상 정해지는 것인데 강구라면 어떤 강구를 말하는 건가"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