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구당 4건', 다주택자 투기 키우는 중도금대출 보증

새 정부 들어 다주택자가 부동산 과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정작 중도금대출 보증은 1가구당 4건까지 가능해 다주택 소유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대사업자나 다주택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별도의 규제가 없어 관리 사각지대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은 최근 제한적으로 다주택자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1가구당 4건 중도금대출 보증, 투기수요 부추길라=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와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는 지난해 10월부터 중도금대출 보증을 1인당 2건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세대별 규제는 없어 부부합산 최대 4건까지 보증을 받을 수 있다.


HUG는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중도금대출에 대해 1인당 보증 건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말 기준 한 사람에게 3건 이상 중도금대출을 보증한 규모가 1조원에 육박했다. 이같은 제도상 허점이 투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HUG의 1인당 보증 건수를 2건으로 제한했고 10월부터는 주금공과 합산으로 1인당 보증 건수를 2건으로 제한했다.

중도금대출은 통상 HUG 보증을 받아 집단대출 형태로 나간다. 은행은 개별 대출자에 대한 상환능력을 평가하지 않고 HUG 보증을 믿고 대출을 한다. 대출원금을 못 받으면 HUG가 100% 대신 물어주니 은행으로선 심사를 깐깐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

이에대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HUG와 주금공의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은 100%에서 90%로 낮췄다. 은행들이 10% 가량의 대출 위험을 떠안는 만큼 대출심사를 강화할 것이란 기대였다. 하지만 건설사 등이 나머지 10%를 추가 보증하면서 지금도 은행들은 100% 보증을 받아 중도금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막으려면 중도금대출 보증을 세대별로 관리하고 보증비율도 현재의 90%보다 낮춰 금융회사가 실질적으로 리스크를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 3일부터 서울 전 지역에 대해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만큼 당장 보증 규제를 강화하지 않아도 투기수요가 일부 억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 연체율 2배라는데... 대출심사 사각지대=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은행들은 다주택자에 대해 별도의 대출심사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주택 보유건수가 늘수록 대출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면 투기 수요를 막는 효과가 있지만 은행이 대출자가 집을 몇 채 갖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다.

정부가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조정대상지역에서도 강화된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 정보가 은행에 제한적으로 공개될 예정이긴 하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은 주택 보유 정보에 대해 어디까지 공개할지 아직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8월 가계대출 종합대책을 내놓을 때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규제 강화 방안은 내놓을 예정이다. 임대사업자 대출은 LTV·DTI 적용을 받지 않아 가계대출의 관리 사각지대로 꼽힌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에 대해 별도의 규제를 두는 국가도 있어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가계부채 부실로 어려움을 겪은 아일랜드의 경우 2015년부터 실거주용에 대해서는 LTV를 80%로, 임대용에 대해선 70%를 적용하고 있다. 아일랜드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실거주용의 은행 연체율은 14.8%인 반면 임대용 주택은 29.4%로 조사됐다. 아일랜드는 국내와 달리 장기연체 채권을 상각하지 않아 절대적인 연체비율이 높게 나오지만 임대용 주택의 연체율이 실거주용보다 2배 가량 높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국내 은행은 대출을 할 때 실거주용과 임대용을 구분하지 않아 정확히 연체율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