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독일-런던-폴란드' 삼각편대로 유럽 공략 본격화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 등 독일 대형 은행들의 본사 건물이 높게 솟은 독일의 금융중심지 프랑크푸르트. 우리은행 독일법인이 ‘독일우리은행’이란 이름을 달고 이 금융가에 합류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독일법인 인가가 완료되면 올초 설립한 폴란드 카토비체 사무소, 유럽 거점 역할을 담당해온 영국 런던지점과 함께 ‘삼각편대’의 유럽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20년만의 독일 재진출…유럽 허브 새로 세운다=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 중 독일 법인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법인 인가에 핵심적인 현지인 임원 채용을 마친데 이어 현지 직원들을 하나둘씩 채용하고 있다. 독일 금융당국의 최종 인가를 받으면 1997~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옛 상업은행이 철수한지 20년만의 독일 진출이다.

우리은행은 새로 만든 독일법인을 유럽연합(EU)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동일인 원칙(Single Passport Rule)에 따라 EU 소속 국가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면 다른 EU 국가에서는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지점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가 결정되자 EU 최대 경제국가인 독일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독일법인을 통해 동유럽 네트워크가 촘촘해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올해 2월에 세운 폴란드 카토비체 사무소가 전담하고 있는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 영업을 분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LG전자와 넥센타이어 등 국내 기업의 유럽 거점이 있고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에는 LG화학,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과 협력업체 120곳 이상이 진출해 있다. 한국 기업만 대상으로 해도 작지 않은 시장이다.


현재는 우리은행 폴란드 카토비체 사무소가 현재 폴란드 전역은 물론 인근 동유럽 국가까지 방대한 지역을 전담하다 보니 영업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 이석채 폴란드 사무소장은 7~8시간 이상을 운전해 거래처 한 곳을 만나고 오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는 “방대한 지역을 폴란드 사무소 홀로 담당하다 보니 정보를 치밀하게 챙겨 영업에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독일에 법인이 세워지면 정보 공유 등 협업을 통해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통한 연계영업으로 유럽 영토 넓힌다=최근 우리은행이 대표로 주선한 넥센타이어 체코 공장 신축자금 3억유로(한화 약 3890억원) 대출 모집은 본점과 해외 거점이 호흡을 맞춰 일궈낸 성과다. 우리은행 런던지점은 지난해 넥센타이어가 체코에 공장을 신축할 것이란 현지 정보를 입수한 후 서울 본점과 꾸준히 넥센타이어와 접촉해 유럽에서 대규모 금융 주선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독일법인 설립이 완료되면 이 같은 유럽 거점과 본점간, 유럽 거점간 연계영업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최근 폴란드 사무소가 LG그룹 계열사 서브원에 주선한 500만유로 대출도 서울 본점과 폴란드 사무소간 연계영업의 결실이다. 폴란드 사무소의 이 소장은 “전화 등 통신을 통한 접촉보다는 현장에 직접 가서 자주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수록 많은 정보가 나오는 만큼 물리적인 거점 확대도 유럽 진출에 중요하다”며 “유럽에 진출한 기업의 자금 수요를 파악하면서 네트워크를 쌓으면 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유럽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특히 동유럽에서는 한국계 은행뿐만 아니, 동유럽 현지 금융회사와 글로벌 은행들도 경쟁 상대다. 폴란드의 PKO와 슬로바키아의 타트라뱅크 등은 한국인 임원을 고용해 한국 기업을 적극 공략하고 있으며 씨티은행은 체코에 코리아 데스크를 세울 예정이다.

구본희 독일우리은행 개설준비위원장은 “기존에는 유럽에 런던지점밖에 거점이 없었으나 독일법인과 폴란드 사무소로 지역별 역할 분담이 이뤄지면 영업이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석 우리은행 런던지점장도 “기존엔 런던 한 곳에서 하던 영업을 독일과 폴란드에서 하는 만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